"아빠 안 잔다"… 쪽잠만 1만번 반복하는 턱끈펭귄

  • 남예진 기자
  • 2023.12.01 14:28
턱끈펭귄은 짧은 수면만으로도 깊은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진 flickr PAL LTER)/뉴스펭귄
턱끈펭귄은 짧은 수면만으로도 깊은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진 flickr PAL LTER)/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남극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이 새끼와 알을 지키기 위해 쪽잠을 반복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극지연구소와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수면은 업무, 학업, 육아 등으로 신체와 정신에 누적된 피로를 풀어낼 뿐 아니라,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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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쪽잠을 들기도 하지만, 깊게 잠들기 어렵기 때문에 피로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박사는 2014년 현장조사 중 턱끈펭귄들이 장시간 잠들지 않고 낮잠을 반복하는 것을 관찰했다.

부부가 교대로 육아하는 턱끈펭귄은 포식성 바닷새와 이웃 펭귄들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틈틈이 잠을 잔다. 다만 긴 수면 대신 짧은 수면을 반복했을 때 펭귄들이 어떤 이점을 취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남극 킹 조지섬의 턱끈펭귄 군락지에 방문해 턱끈펭귄 14마리에게 수면로거를 달아 수면 패턴을 분석했다. 추가로 펭귄들이 눈을 감거나 머리를 축 늘어뜨리는 등 수면과 연관된 행동을 촬영했다.

분석 결과, 턱끈펭귄은 평균 4초씩 1만회에 걸쳐 쪽잠에 들었다. 심지어 새끼를 돌볼 때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 중에도 수면 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수면을 취했다.

공동 저자인 폴-앙투안 리브렐 박사는 "우리는 다른 종에서 이렇게 지속적인 수면 파편화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렇게 쪽잠에 들면서도 하루에 15시간 가까이 '서파수면' 즉,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다.

인간의 경우 수면 중 서파수면 단계에 들기까지 약 50분이 소요된다. 따라서 턱끈펭귄은 사람과 달리 쪽잠만으로도 뇌 속 노폐물 제거 등 긴 수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취하는 것이다.

비록 같은 펭귄과에 속하는 황제펭귄이 턱끈펭귄과 유사한 수면 패턴을 보이지만, 황제펭귄은 하루 중 14%만 잠으로 보낸다. 또 125번의 수면 중 깊은 잠에 빠져드는 순간은 수면 시간 중 37.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백야(고위도 지방에서 해가 지지 않는 현상) 동안 웨들해물범 등의 수면 패턴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동물의 수면 패턴을 조사해, 독특한 방식으로 수면하는 원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신경학자 키아라 키렐리 교수는 "턱끈펭귄이 스트레스가 과도한 환경에서 깊은 잠을 자려다 실패해 쪽잠을 반복하는 것일 수 있다"며 "군락지가 아닌 조용한 환경에선 어떤 수면 패턴을 반복하는지 관찰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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