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고?" 거울 속 자신 알아보는 동물 9종

  • 남예진 기자
  • 2023.12.02 00:15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하는 동물은 소수에 불과하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하는 동물은 소수에 불과하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사람뿐 아니라 영장류, 고래류, 조류, 어류 등 다양한 동물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거울로 비춰 외모를 단장한다. 1970년 생물심리학자 고든 갤럽 교수는 동물도 사람처럼 거울 속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거울 실험'을 고안했다.

이 실험은 동물이 거울 없이는 관찰하기 어려운 부위에 물감 등으로 표식을 그린 후, 동물이 거울을 통해 그 표식을 인지하고 특정 행동을 취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만약 반복해서 그런 행동을 취한다면, 사람처럼 '자기인식' 능력이 있는 생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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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거울 실험을 통해 동물의 사회적 지능과 행동 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험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자기인식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 데 성공한 동물은 누가 있을까?

 

큰돌고래(Tursiops truncates)

큰돌고래. (flickr caroline legg)/뉴스펭귄

큰돌고래는 지능적이고 사회적인 해양포유류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진행된 거울실험에 따르면 큰돌고래는 여타 지능적인 동물과 비슷한 자기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큰돌고래의 자기인식 능력이 사람보다 더 빨리 발현된다는 점이다. 2018년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진행된 거울실험에서 큰돌고래는 생후 7개월 무렵 자신을 인식했다. 사람의 경우 생후 18~24개월 무렵 거울실험을 통과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형성되고, 침팬지의 경우 거의 성체에 달해야만 거울실험을 통과할 수 있다.

 

범고래(Orcinus orca)

범고래. (사진 flickr Gregory "Slobirdr" Smith)/뉴스펭귄

해양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범고래 역시 거울실험에서 뛰어난 인지 능력을 자랑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거울실험에서 범고래들은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거울을 통해 몸의 표식을 관찰하고, 혀를 내밀거나, 거품 불기 등을 반복하며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였다.

 

아시아코끼리(Elephas maximus)

아시아코끼리. (사진 flickr Rod Waddington)/뉴스펭귄

아프리카코끼리보다 귀와 몸집이 작고 등이 둥근 아시아코끼리. 2006년 미국 에모리대학교 연구진은 아시아코끼리의 자기인지 능력을 탐구하기 위해 3마리를 대상으로 거울실험을 진행했다. 초반에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귀를 펄럭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속을 관찰하거나 거울을 보며 음식을 먹는 등 거울 속 코끼리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보노보(Pan paniscus)

보노보. (사진 flickr Keith Roper)/뉴스펭귄
보노보. (사진 flickr Keith Roper)/뉴스펭귄

피그미침팬지라고 불리는 보노보는 콩고민주공화국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1995년 미국 에모리대학교 연구진은 보노보 입술에 빨간 물감을 칠한 뒤 거울 앞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보노보들은 입술에 묻은 물감을 살피거나,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또 어린아이처럼 거울을 보면서 여러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보노보가 돌고래, 코끼리와 같이 지능이 높은 동물과 유사한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침팬지(Pan troglodytes)

침팬지. (사진 flickr ghouldilocks85)/뉴스펭귄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인원으로 평가되는 침팬지는 도구 사용, 수화를 통한 의사소통 등 복잡한 행동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 거울실험 창시자 고든 갤럽 교수는 침팬지의 얼굴에 빨간색 물감을 칠한 뒤 거울을 보여줬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침팬지 일부가 시험을 통과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침팬지가 약간의 자기인지 능력을 갖췄지만,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까치(Pica pica)

까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까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조류 중에서도 까마귀과에 속한 동물들은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까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낼 만큼 지능이 높다.

2008년 독일 괴테대학교 연구진은 까치 우리에 거울을 설치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까치는 거울을 본 지 불과 몇 분 만에 부리와 발로 몸에 붙여진 포식을 제거하고, 자신을 관찰하기도 했다.

 

아델리펭귄(Pygoscelis adeliae)

아델리펭귄. (사진 flickr Gregory "Slobirdr" Smith)/뉴스펭귄
아델리펭귄. (사진 flickr Gregory "Slobirdr" Smith)/뉴스펭귄

남극에 서식하는 아델리펭귄은 펭귄 중 유일하게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다고 알려져 있다. 2020년 인도 지구과학부 연구진은 아델리펭귄의 서식지에 거울을 가져다 둔 결과,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건들지 않고 이를 가만히 응시했다고 밝혔다. 거울 속 펭귄을 다른 개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울을 보고 있는 펭귄 목에 턱받이를 두르고 이것을 인지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

위쪽에 찍힌 생물이 청줄청소놀래기. (사진 flickr Paul Asman and Jill Lenoble)/뉴스펭귄
위쪽에 찍힌 생물이 청줄청소놀래기. (사진 flickr Paul Asman and Jill Lenoble)/뉴스펭귄

산호초에 서식하는 청줄청소놀래기는 다른 어류의 비늘에서 기생충과 각질을 먹어 치우는 종이다. 2019년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연구진은 거울실험을 통과할 수 있는 어류가 있는지 조사하던 중,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을 보고 몸에 붙여진 꼬리표를 떼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학자들은 거울 속 자신을 인지해서 보인 행동보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만타가오리(Mobula birostris)

만타가오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만타가오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연골어종인 만타가오리는 가오리류 중 몸집이 가장 크다. 2016년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연구진은 만타가오리 수조에 거울을 설치한 결과, 가오리들이 낯선 개체를 만났을 때와 달리 별다른 경계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가오리는 마치 유인원들처럼 자신을 관찰했지만, 별다른 상호교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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