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현대기아차, '온실가스 저감 역주행' SUV 판매 비중 1위"

  • 성은숙 기자
  • 2022.09.20 18:55

그린피스, "현대·기아차, 친환경 평가 5위"
SUV 중점 사업전략…"철강 및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

"현대·기아차, 철강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선 비교적 인식 높아"
그러나 철강 대상 탈탄소화 목표 수립은 없어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 시점도 없어" 
"현대·기아차 유럽시장 주력 모델들, 독일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

현대차 SUV 라인업(사진 현대차 홈페이지)/뉴스펭귄
현대차 SUV 라인업(사진 현대차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현대·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이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UV는 일반 중형차 대비 km당 15~25%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주행 중 온실가스(GHG) 배출량도 더 많다. 또 일반차량보다 약 20% 더 많은 철강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8일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탈탄소화 계획 및 진행현황을 비교분석한 '2022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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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의 평가 대상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상위 10대 회사로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 △르노 △스텔란티스 △닛산 △혼다 △토요타 등이다. 

평가 기준은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77점)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18점) △자원 지속가능성(5점) △문제점 등 4개 부문이다. 각 자동차업체들의 친환경 실적과 계획을 평가해 종합 평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평가 결과 친환경 종합평점 1위는 38.5점을 받은 GM이, 꼴찌는 10.0점을 받은 토요타가 차지했다. GM은 전년도에도 1위였다. 

현대·기아차는 총 22.3점으로, 전년보다 한 단계 낮아진 5위를 기록했다.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현대·기아차, SUV 중점 사업전략… "철강 및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

현대기아차가 판매한 전체 차량 중 SUV의 비중은 2021년 49%로 조사대상 10대 자동차회사 중 가장 높았다.(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현대기아차가 판매한 전체 차량 중 SUV의 비중은 2021년 49%로 조사대상 10대 자동차회사 중 가장 높았다.(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 부문에선 77점 만점 중 11.85점을,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 부문에선 18점 만점 중 11점을, '자원 지속가능성' 부문에선 5점 만점 중 0.5점을 받았다. '문제점' 부문에선 1점 감점됐다.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는 SUV 생산과 판매에 중점을 둔 사업전략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석유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는 SUV 판매량 증가로 상쇄된다. 

전 세계 SUV 수는 지난 2010년 5000만대 미만에서 2021년 약 3억2000만대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만 전 세계 SUV는 3500만대 이상 늘었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억2000만톤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SUV 판매량은 49%로, 이는 2018년(33%) 대비 모든 완성차 업체들 중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SUV 생산량(무공해자동차 포함)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웃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SUV 생산량 비중은 2020년 51.4%, 2021년 54.2%이며, 기아는 2020년 52.6%, 2021년 53.2% 수준이다. 

(사진 ⓒSMMT)/뉴스펭귄
(사진 ⓒSMMT)/뉴스펭귄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최근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 SUV를 중심으로 유의미한 성공을 거뒀다. 

이달 18일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 등에 따르면 올 1~8월 현대·기아차의 영국 자동차 시장 내 판매량 비중은 12.21%(현대차 5.28%+기아 6.93%)로,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40여년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을 처음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 내 누적 판매량 '톱 10'에는 5위 기아 스포티지(1만9194대), 6위 현대차 투싼(1만8912대), 9위 기아 니로(1만6235대) 등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앞서 2020년 11월에는 기아 쏘렌토가 영국 온라인 자동차 전문 평가 사이트 카바이어(Carbuyer) 주관 '2021 카바이어 어워드'에서 '올해의 차'와 '최우수 대형 패밀리카' 등 두 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철강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선 비교적 인식 높아
… 그러나 철강 대상 탈탄소화 목표 수립은 없어"

현대·기아차는 저탄소 철강업체와 업무제휴를 맺는 등 철강 탈탄소화 노력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점수를 얻기도 했다. 

현대차는 수소를 이용한 DRI(직접환원철) 철강 생산을 위해 지난해 2월 포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진 기아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기아 홈페이지)/뉴스펭귄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10대 자동차회사 중 철강을 대상으로 한 탈탄소화 목표를 수립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피스는 "철강과 원자재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조사 대상 자동차회사들은 철강 공급업체 또는 스코프 3(Scope 3·제품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으로 인한 배출량 저감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들은 △원자재의 탄소 발자국에 대한 감사 및 공시 △저탄소 철 구매 △철강 부문 탄소 저감 목표 수립 △SUV 판매 축소 △철강 탈탄소화 기술 개발 가속화 투자 등을 통해 철강 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사용 가치가 끝난 철강 사용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매년 철강의 약 10%는 자동차 생산에 사용된다. 자동차 1대 당 사용되는 평균 철 무게는 0.9 메트릭톤(M/T)에 달한다. 

철강 1 메트릭톤 생산 시 약 2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이 배출된다. 또 철강은 차량 무게의 60% 이상, 원자재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의 50%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 시점 없어"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6개사가 탈탄소화에 대한 실질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의 무공해자동차(ZEV) 판매 비중은 2020년 2.18%, 2021년 3.49%로 전체 업체 중 중간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지역 단위 외 전 세계 시장 차원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계획을 내놓지 않아 점수가 깎였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GM는 세계 주요 시장에선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까지 100% 무공해자동차(ZEV)로 전환한다는 'COP 26 공동선언'에 모두 참여한 반면 현대·기아차, 닛산, 르노, 스텔란티스, 토요타, 폭스바겐 등 6개사는 세계 시장에서의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IAA Mobility 2021)'에서 자동차 생산·운행·폐기 등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그린피스, "현대·기아차 유럽시장 주력 모델들, 독일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이번 평가에는 현대·기아차의 환경규제 위반 문제도 고려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6월 독일에서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경유차 21만대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를 받아 현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그린피스는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aftfahrt-bundesamt)·독일 환경단체(DUH, Deutsche Umwelthilfe)가 검사한 현대·기아차 10개 모델 중 유럽시장 주력 모델(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 등)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 분석한 결과 자료를 지난 7월 공개했다. 

이 두 곳은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인 이른바 '디젤 게이트'를 계기로 독일에서 판매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체로 확대된 실제 운행환경에서의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린피스가 공개한 독일환경단체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유로6 기준 등으로 실시한 검사에서 현대 투싼은 4.1배, 현대 i20은 10.8배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이 실제 주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도 현대차의 i20은 유로6 기준보다 최대 11.2배, ix35는 유로5 기준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뉴스펭귄>은 현대·기아차가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와 조사내역 등에 관해 19일과 20일 현대차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현대차 노조 "내연기관차 단계적 판매 중단 공감… 직업 안정성 확보돼야"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뉴스펭귄

한편 국내 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대부분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판매 중단에 대해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9~10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함께 노조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판매 중단 및 공정한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올해 4월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판매 중단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64%)는 2030년까지 달성하는 방안에 공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응답자들은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업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미 현대자동차 노조 홍보담당자는 "기업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근로자를 해고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신규 일자리 창출과 재교육을 통해 근로자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사측은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당사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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