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섰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열대우림 영구기금(Tropical Forest Forever Facility, TFFF)'이 공식 출범했다.
TFFF는 열대우림이 산불과 벌목으로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림을 유지·복원하면 보상하는 성과 기반 보상 체계다. 기금의 최소 20%를 산림 보호에 기여하는 토착민에게 배분한다. 53개국이 TFFF 출범 선언문을 지지했으며, 이 중 19개국은 잠재적 주권 투자국으로 나섰다.
'아마존 현관'에서 열린 기후총회의 상징성
COP30이 브라질 대도시가 아닌 벨렝에서 열린 것은 열대우림 보호의 절박함을 드러내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아마존강 하구에 위치한 인구 130만명의 항구도시 벨렝은 '아마존의 현관문'으로 불린다. 적도 바로 부근에 위치해 열대우림과 유사한 기후를 지녔다.
하지만 이곳은 벌목이 가장 심하게 진행된 아마존 동남부의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올해 여름철까지 6,000㎢가량의 삼림이 벌채됐다. 서울(약 605㎢)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는 열대우림 현장에서 기후총회를 열어 해결책 논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대도시가 아닌 아마존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마존은 단순한 논쟁 주제가 아닌 기후 해결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범한 TFFF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뿐 아니라 대량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열대우림 같은 흡수원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브라질 환경기후변화부 장관 마리나 실바는 "TFFF 출범은 열대우림 보존 역사의 전환점"이라며 "처음으로 산림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보존에 영구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글로벌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했다.
55억 달러로 시작, 목표는 1250억 달러
TFFF는 초기 55억 달러 이상의 재원 약속을 받으며 출범했다. 노르웨이가 향후 10년간 30억 달러(조건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10억 달러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최대 5억 유로를 검토 중이며, 포르투갈은 100만 달러, 네덜란드는 500만 달러를 약속했다. 독일도 전면 지지를 표명하며 재정 약속을 논의 중이다.
중기 목표는 1,50억 달러 규모 기금 조성이다. 공공 부문에서 250억 달러, 기관투자자 등 민간 부문에서 1000억 달러를 유치해 공공-민간 자본을 1대 4 비율로 결합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산림 보호와 복원에 연간 667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34개 열대우림 보유국이 참여해 개발도상국 열대우림의 90% 이상이 포함된다.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중국 등 주요국이 포함됐으며, 70개 이상 개발도상국의 10억 헥타르 이상 열대우림을 보호할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 왜 '숲'인가
열대우림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축이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산림은 연간 7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 열대우림은 온대림이나 북부림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기후변화) 완화에 가장 중요한 생태계로 꼽힌다.
COP30이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을 맞는 해에 열리면서 산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지난 10년(2015-2024)은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로 기록됐지만,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5분의 1 수준(연 1.70% → 0.32%)으로 감소했다. 30년간 전 세계 산림은 화석연료 배출량의 약 46%에 해당하는 1069억 톤의 탄소를 흡수해왔다.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위기의 숲
그러나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극심한 산불로 인해 산림이 평년 4분의 1 수준의 탄소만 흡수했다. 전 세계 산림 탄소 흡수력은 최근 2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잦아진 산불로 탄소 배출량도 늘어나고 있다. 볼리비아는 2024년 화재로 150만 헥타르가 소실되면서 4억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순탄소 배출원이다. 캐나다 역시 2023-2024년 집중적인 산불로 순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됐다.
산불로 인한 일시적인 탄소 배출량 증가보다 심각한 것은 일부 열대우림이 구조적으로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열대우림을 대상으로 한 ‘네이처’지 연구(1971-2019)에 따르면 산림이 1970-2000년 연간 헥타르당 0.62톤의 탄소를 흡수하던 것에서, 2010-2019년에는 연간 0.93톤을 순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산림은 지난 20년간 농장 개간, 통제되지 않은 화재, 이탄토 배수로 인해 순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됐다. 삼림 벌채로 인한 아마존의 회복력 감소와 열대 지역의 가뭄이 더해져 토지 흡수원이 붕괴되고 있다.
산림 유지하면 돈 받는다…성과 기반 보상 체계
TFFF는 열대우림 보유국이 산림을 유지하거나 복원하면 그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보상을 받는 구조다. 산림 면적을 늘리거나 유지한 결과에 대해 지급하는 성과 기반 메커니즘이다.
위성 원격 감지 데이터로 각국의 산림 덮개(토지를 덮고 있는 나무의 양)를 연간 추적하고, 산림 면적 유지 및 증가 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산정한다. 저비용으로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어 기금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지급받은 재원은 각국 정부가 산림 보호 정책 강화, 불법 벌목 단속, 산림 복원 사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급액의 최소 20%는 토착민과 지역사회에 직접 전달해 이들이 산림 관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브라질 외무부 장관 마우루 비에이라는 "열대우림 국가들이 자신들의 산림을 어떻게 보존할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확신에 기반한 외교적 비전"이라며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재원을 제공해 장기적인 환경 정책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와 관련된 투자는 배제한다. 기금의 자산 배분이 TFFF의 목표를 지원하거나 최소한 크게 해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산림 보호와 탄소 배출 감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관된 접근이라는 평가다.
토착민이 지키는 숲, 탄소 흡수 마지막 보루
TFFF의 특징 중 하나는 토착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대등한 인정이다. 기금은 지급액의 최소 20%를 토착민과 지역사회에 의무적으로 배분한다. 산림 보유국과 후원국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 아마존의 토착민 관리 산림은 연간 3억 4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순흡수하는 강력한 탄소 흡수원이다. 영국 연간 화석연료 배출량과 동일한 규모다. 반면 토착민 관리 산림 외부의 아마존 지역은 산림 손실로 인해 연간 2억 7천만 톤을 배출하는 순배출원이 됐다.
2000-2012년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의 토착민 산림에서 연평균 산림 파괴율이 비토착민 관리 지역보다 2~3배 낮았다. 브라질 토착민부 장관 소니아 과하하라는 "TFFF가 산림 보호에서 토착민과 전통 공동체의 필수적 역할을 대담하고 정당하게 인정한다"며 "최소 20%의 재원이 이들 수호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은 역사적 성과이자 형평성과 조상 지혜 인정을 향한 결정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COP30과 맞물려 TFFF가 주목받는 이유는 생물다양성 보호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6)에서는 'Peace with Nature'라는 주제 아래 토착민과 지역사회의 역할 확대가 중요 성과로 채택됐다. 디지털 유전 정보의 공평한 혜택 공유를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과 기금 운영에 합의했으며, 토착민의 지식과 역할을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통합하기로 했다.
'숲 보호에 시간 없다', 장기 재원 확보가 관건
TFFF의 성공은 향후 기후와 생물다양성 의제를 연결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CBD COP17에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이행 상황이 점검될 예정이다. TFFF는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노르웨이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산림 파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열대우림을 구하려면 잃을 시간이 없다. 새로운 TFFF는 관련 국가들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재무부 장관 페르난두 하다드는 "이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지 불과 2년 만에 수십 개국이 TFFF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며 "국제 금융 구조의 전례 없는 혁신으로, 열대우림을 보존하기 위한 대규모 재원을 마침내 동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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