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탄소 배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숲은 탄소를 품은 거대 저장고다. 나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몸속에 탄소를 저장한다. 하지만 벼락에 맞아 쓰러진 나무는 더 이상 탄소를 품을 수 없다. 죽은 나무에 저장돼 있던 탄소는 시간이 지나며 분해되거나 불에 타면서 다시 대기 중으로 흘러 나간다.
독일 뮌헨공과대학교 연구진은 번개로 나무가 죽는 현상이 지구 전체 탄소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번개로 인한 나무 사망을 생태계 모델에 반영한 결과,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억 그루의 나무가 번개 때문에 죽고, 연간 최대 0.30기가톤(GtC)의 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사용한 모델(LPJ-GUESS)은 전 세계 식생과 탄소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는 생태계 예측 도구다. 연구진은 여기에 번개 사망 모듈을 새로 추가해 실제 열대우림에서 관측된 번개 피해 양상을 반영했다. 번개가 나무 한 그루에 떨어지면 인근 나무까지 영향을 받아 죽을 수 있다는 구조도 함께 적용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름 10cm 이상인 나무 약 3억 100만~3억 4000만 그루가 매년 번개로 죽고 있었다. 이 중 지름 60cm 이상인 큰 나무는 2400만~3600만 그루에 달했다. 이렇게 죽은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연간 0.21~0.30기가톤(GtC), 자연사하는 전체 생물량의 2.1~2.9% 수준이다.
이 모델은 파나마 열대우림 보호구역인 바로 콜로라도 아일랜드(BCI)에서 수집된 실제 번개 피해 사례와 비교해 검증됐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번개 한 번에 평균 3.2그루가 죽었고, 모델에서는 2.9그루로 나타났다. 특히 큰 나무의 경우, 번개로 죽는 비율은 관측치가 24%, 모델 결과는 21%로 유사했다.
연구진은 번개가 없었다면 현재보다 6.9~9.3기가톤 더 많은 탄소가 숲에 저장돼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구 전체 식생 탄소의 약 1.3~1.7%에 해당한다. 탄소 손실이 가장 크게 나타난 지역은 중앙아프리카 열대림으로, 이 지역은 번개 발생이 잦고 키 큰 나무가 많아 피해 범위가 더 넓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생태계 모델은 나무가 번개로 죽는 과정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번개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비해 번개 사망을 생태계 예측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나무 한 그루의 죽음이 탄소 순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량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숲의 탄소 흡수 능력을 이해하려면, 나무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만 볼 게 아니라 왜 죽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Global Change B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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