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과거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장식 축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오늘 국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후위기와 공장식 축산 사이의 연결고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다.
10월 1일은 ‘세계채식연맹(IVU)’이 ‘세계 채식인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채식을 실천하는 시민단체 등이 환경과 동물권 등을 고려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한국비건채식협회와 한국채식연합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0억 마리 이상의 가금류와 소, 돼지 등 육지 동물이 음식으로 쓰여지기 위해 죽고 3조 마리 이상의 바다 동물이 식탁에 오르기 위해 희생된다”고 지적하며 비건식을 늘리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의 발생량의 1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월드워치(World Watch)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축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이 지구온실 가스의 51%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AP)는 지난 2023년 공장식 축산업의 배출가스가 어떻게 남반구의 기후재해를 악화시키는지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이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최소 11%에 기여하며 기후변화의 결과는 남반부의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이 적은 국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테니슨 윌리엄스 WAP 아프리카 담당 이사는 “공장식 축산업은 파리 기후 협약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 장애물을 제기하고 기후가 안전한 미래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소고기 1kg 얻으려면 물 1만5천리터”
통계와 조사에 따라 숫자는 다르지만 메시지는 공통적이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다는 주장. 근거는 자원을 많이 쓰고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이유다.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적잖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축 사육을 위한 방목지와 사료 재배용 작물 재배지를 경작하기 위해 매년 대한민국만큼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선 1만 5,415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곡물과 식량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고기 1kg를 생산하기 위해 콩, 옥수수 등의 곡물 16kg가 필요하며 육식 1인분을 위해서 채식 22인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곡물의 45%를 가축에게 먹이는 가운데 식량 생산과 분배가 왜곡돼 기아와 굶주림이 더욱 악화된다고도 주장했다.
가축 분뇨 양이 상당하며 이를 통한 오염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 약 1,000만 돼지가 쏟아내는 분뇨는 4846만 톤이다.
한국비건채식협회 등은 “우리의 건강과 동물, 환경 그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 당시, 환경적인 이유를 들어 채식 식단을 늘렸다. 15일 동안 제공하는 총 1300만 끼의 모든 식사가 해당됐다. 식물성 재료를 2배 늘리면 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당시 파리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통해 한 끼 식사당 1kg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환경적인 이유로 육식을 줄이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대표이자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비시모) 대표 이원복씨는 과거 기자에게 사람들이 채식하는 이유가 나이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환경적인 이유나 윤리적인 이유로 고기를 줄이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중장년층은 건강이나 질병 같은 실용적인 동기로 채식에 관심 두는 분이 많고 10~20대 청년층은 윤리적인 동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윤리적인 소비나 환경적인 행동에 관심 많은 사람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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