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생태계의 보고’다. 하지만 요즘 그곳에서는 동식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울창한 숲으로 천혜의 자연을 뽐낼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아마존에서 31억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는 연구도 있다. 무슨 까닭일까?
9월 5일은 아마존의 날(Amazon Day, Dia da Amazonia)이다. 이 날은 아마존 생태계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숲 보전을 촉진하기 위한 기념일로 활용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5년 달력에서 이 날을 ‘세계 아마존 열대우림의 날’로 표시했다.
아마존은 약 5,500만년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 멸종 이후 기후가 점차 습해지자 열대우림이 대륙 전체로 확산했다. 아마존에는 수많은 희귀 동식물과 어류 등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지금 위기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 산림 파괴를 넘어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지고 다시 폭염 가속화 등의 원인이 되면서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이런 지적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은 열대 지역조류 개체수를 크게 줄였다. 지난 8월 독일 막스플랑크 기후연구소 등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열대 조류 개체 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에 평균 25~38% 감소했다.
물론 열대 조류가 아마존 새들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 1월 미국 미시간 공대 연구진은 더위와 가뭄이 아마존 조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원시림은 울창한 숲과 풍부한 생물다양성 덕분에 기후변화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달랐다.
연구진이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27년에 걸쳐 열대 조류 4264 마리를 포획해 관찰한 결과 건기가 평소보다 더 덥고 비가 적게 오면 29종 중 24종의 생존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건기 평균 기온이 섭씨 1도만 올라가도 아마존 새들의 평균 생존율이 63% 줄어들었다.
열대우림 감소가 지역 평균 기온을 높이고 이 때문에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진 등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년 동안 열대 지역 산림 감소가 지역 기온을 평균 0.7도 높였고 이로 인한 열 관련 사망자가 연간 2만여 명에 달했다.
“열대우림, 1분마다 축구장 18개씩 사라졌다”
아마존 등 열대우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GLAD 연구소의 위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브라질 아마존을 비롯한 주요 열대우림에서 6만 7000제곱킬로미터의 원시림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1분마다 축구장 18개씩이 사라진 셈인데, 없어진 면적은 아일랜드 국토 크기 규모다.
열대우림이 줄어든 큰 이유 중 하나는 ‘불’이다. 2023~2024년 아마존 지역은 큰 가뭄을 겪었고 대규모 화재도 자주 겪었다. 경작지 조성을 위해 놓은 불이 번진 사례도 있지만 엘니뇨 현상 등 기후변화도 불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화재 등으로 인해 약 31억 톤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유럽연합(EU)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6월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그 속도 역시 급격히 빨라지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존 우림이 건조화되면 열대우림이 사바나처럼 변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난화가 식물에게 미친 영향, 동물에게도 연결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로 식물 성장 환경에 차질이 생기면 초식동물의 영양 섭취에 문제가 생겨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1년 나사(NASA)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물들이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더 적은 영양소를 함유하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스미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 생태학자 엘렌 웰티(Ellen Welti) 연구진은 “식물 질 하락이 동물 개체수 감소의 보이지 않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영양분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주, 아마존, 콩고와 같은 고대 토양 열대 지역의 동물들도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목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아마존의 회복력이 가뭄으로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당시 영국 가디언은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약 37%가 가뭄으로 회복이 느려졌으며 이는 대규모 생태계 붕괴의 초기 지표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회복 탄력성은 몇 해 전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된 문제다. 2022년 3월 발간된 네이처기후변화 저널에는 가뭄과 산불과 같은 기후변화 관련 재난을 겪은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이 회복력을 상실할 중대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등 연구팀은 열대우림의 복구 능력이 지난 20년간 전체 면적의 75%에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아마존 유역이 파괴되면 나무와 토양으로부터 약 9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데 이는 전 세계가 수년 동안 배출할 탄소양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아마존을 보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린피스는 “삼림 벌채와 축산업의 확산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 아마존을 지키는 것은 곧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한다는 것은 단지 동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인간과 지구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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