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테르 Marie Astier]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과 프랑스 공중보건청(SpF)이 9월 15일 공동으로 발표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도밭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농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규모가 방대한 이번 연구는 결과 자체는 새롭지 않을 수 있으나, 적잖은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포도밭 인근 주민들의 농약 노출이 실제로 높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영상회의를 통해 발표됐지만, 차분한 발표 형식이 긴장을 완화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 발표 당일, Anses와 SpF 소속의 관계자들과 연구진은 지방자치단체 의원, 언론인, 그리고 주민단체와 농업계 대표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공동 연구 ‘페스티리브(Pestiriv)’의 결과를 종일 나눠 설명했다.
SpF의 카롤린 스메이유 사무총장은 “주민들의 농약 노출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며 “국민들의 기대와 보건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는 언론 대상 설명회에만 최대 150명이 접속하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 결과는 농약 찬반 양측이 격렬히 맞서는 핵심 쟁점에 과학적 근거를 더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3~6세 아동, 성인보다 더 큰 노출
조사 결과, 포도밭과 가까이 살수록 농약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약 살포량이 많을수록 주민들의 체내 잔류량도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프랑스 본토 6개 주요 와인 산지에서 성인 1,946명과 아동 7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265개 지역이 포함됐다.
참여자는 포도밭으로부터 500m 이내 거주자와 1,000m 이상 떨어진 지역 거주자로 나뉘었다. 2021년과 2022년, 연구진은 이들의 소변·머리카락·집안 먼지·실내 공기·외부 공기에서 수천 건의 시료를 분석했다. 포도 재배에 많이 쓰이는 살균제 ‘폴펠(folpel)’, 글리포세이트, 구리,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 등 56종의 농약 성분이 추적됐다. 조사는 농약 살포 기간(3월~8월)과 비살포 기간을 구분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식습관, 직업, 야외활동, 가정 내 농약 사용 여부 등 세부 설문도 작성해 다양한 노출 요인을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포도밭이 연구 대상이 된 것은 포도 재배지가 주거지와 인접한 경우가 많고, 농약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Anses의 브누아 발레 사무총장은 “데이터는 매우 견고하다. 주민들의 노출 실태를 정확히 보여주는 정밀한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 포도밭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15~45% 더 많았다. 집안 먼지는 최대 1,000%까지, 외부 공기는 최대 11배 더 오염도가 높았다. 머리카락과 실내 공기 역시 검출된 농약의 종류 수가 더 많았다.
농약 살포 시기와 비살포 시기의 차이도 뚜렷했다. 살포기에는 소변 내 농약 검출량이 최대 60% 증가했고, 먼지는 700% 높았으며, 외부 공기는 최대 45배 높았다. 머리카락과 실내 공기 역시 더 많은 종류의 농약 성분이 발견됐다.
특히 3~6세 아동은 성인보다 훨씬 높은 노출 수준을 보였다. SpF의 클레망틴 드뢰모 박사는 “아이들은 바닥과 접촉이 많고, 성인보다 체내 해독 능력이 떨어져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주거 환기 시간, 외부 활동, 신발 벗기, 바닥 청소, 세탁물 실내 건조, 가정산 달걀 섭취 제한, 텃밭 채소 껍질 제거 등 생활 습관도 노출에 영향을 주지만, 결정적 요인은 농업 활동이라고 밝혔다.
“농약 사용 최소화 필요”
Anses와 SpF는 농약 사용을 “엄격히 필요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랑스 정부의 농약 감축 전략인 ‘에코피토 2030(Écophyto 2030)’의 야심찬 이행도 촉구했다. Anses의 마튀 외 슐레르 부청장은 “필요 최소한이란 사용을 최적화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약은 사용 전 모두 위험 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허가를 받는다”며 “허용된 조건을 준수한다면 위험은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미래세대’의 프랑수아 베이에레트 대변인은 “주민들이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10년 넘게 주장해 온 내용”이라며, 기존의 농약 사용 지표(NODU)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FNSEA의 압력으로 도입된 새 지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바꾸지 않는다면 에코피토는 집단적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국회에서 뒤플롱 법안이 논의될 당시, 연구 결과의 조기 공개를 요구했으나 지연됐다. 이에 대해 두 기관은 내부 조율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베이에레트 대변인은 “토론 시점에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싶었다”며 “이제는 주민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 완충거리를 5~10m로 제한해서는 부족하다. 이번 연구는 100m 이내에서 노출이 가장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와인업계와 정부의 반응
와인업계는 연구 결과를 의식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프랑스 와인산업협회 위원장 베르나르 파르주 씨는 일간 리베라시옹에 “와인업계는 농약 감축 노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분야”라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 농업부와 생태전환부는 기사 발표 시점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추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주민 건강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암이나 특정 질병 발생률이 높은지, 또는 집단 발병 사례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농약 사용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던 만큼, 장기적으로 전국 단위 농약 살포 기록을 집적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향후 연구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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