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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스톤 사시나무. (사진  루크 페인터 오리건주립대학교)/뉴스펭귄

옐로스톤 북부에서 80년 만에 높이 자란 사시나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과학자들은 이 변화를 1990년대 회색늑대의 재도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곳은 '재야생화' 프로젝트가 추진된 곳인데 일각에서는 재야생화(리와일딩)을 생태계 복원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도 주목한다. 생물다양성 회복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00년대 미국에서 목축업이 시작되면서 가축을 공격하던 회색늑대는 대대적인 사냥의 대상이 됐고 1926년에는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든 늑대 무리가 사라졌다. 이후 약 70년간 최상위 포식자를 잃은 생태계는 급속히 무너졌다.

늑대의 먹잇감인 사슴과 엘크가 빠르게 번성했고, 어린나무와 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면서 풀과 나무가 가득하던 공간은 점차 황량해졌다. 나무로 댐을 짓던 비버를 포함해 독술와 오소리, 여우 등 사시나무를 은신처로 삼는 동물들도 연쇄적으로 사라졌다.

심각성을 깨달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995년 캐나다에서 늑대 30마리를 들여오는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늑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고 30년이 흐른 지금 늑대 개체수는 350마리로 늘어나며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회복했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회색늑대도 멸종위기종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았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옐로스톤 회색늑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옐로스톤 북부에서 현저히 높게 성장한 사시나무 상층목 개체수가 1940년대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21년 사이 사시나무 묘목 밀도는 무려 152배 증가했다.

늑대를 비롯해 곰과 퓨마 등 대형 포식자들의 개체수도 회복되면서 엘크의 활동 반경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그 결과 엘크가 먹으로 삼는 나무 식생이 제대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를 이끈 루크 페인터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조사한 87개 사시나무 군락 중 약 3분의 1이 이미 키가 큰 묘목으로 자라고 있었다"며 "1990년대 조사에서는 단 한 그루도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생태계 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재도입은 재야생화 모범 사례로 꼽힌다. 재야생화란 인간이 개발을 명목으로 빼앗은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옐로스톤 회색늑대 재야생화 사례를 소개하며 “옐로스톤의 재야생화 성공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늑대의 역할이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했다는 사실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재야생화 문화가 퍼지면서 (야생동물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져 유럽 등지에서도 늑대의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야생화로
기후위기 대응도

재야생화는 생태계 복원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도 주목받는다. 생물다양성 회복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런던동물학회는 싱가포르와 독일이 도심에 방치된 폐철도나 산업단지에 야생을 되돌린 사례를 분석하며, 이러한 도시 재야생화가 폭우 등 기후재난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미국·네덜란드·스웨덴 공동 연구진은 고래, 해달, 해수어 등 9종의 야생동물을 복원할 경우, 생태계가 매년 6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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