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아래 거북 터널을 이용하는 호주긴목거북.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울타리 아래 거북 터널을 이용하는 호주긴목거북.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멸종위기 동부주머니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또 다른 야생동물 호주긴목거북 이동을 막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타리 아래 웅덩이를 파서 '거북 터널'을 만든 사례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호주 부더리국립공원은 최근 동부주머니고양이 19마리를 야생에 방사하고 여우 등 포식자 침입을 막기 위해 길이 4km, 높이 1.8m 울타리를 설치했다. 이 종은 1960년대 후 호주 본토에서 멸종했다.

하지만 이 울타리가 호주긴목거북의 길목을 막았다. 평소 습지에 살던 호주긴목거북은 습지가 마르는 시기에 국립공원 밖 호수로 이동하는데, 이때 울타리로 이동이 막히면 과열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결국 여우는 물론 동부주머니고양이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높이가 낮으면서 거북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상황.

이에 호주 세계자연기금(WWF)은 울타리 아래에 작은 물웅덩이 형태의 '거북 터널' 9개를 만들었다. 길이 2m, 깊이 70cm인 물로 채워진 터널이다.

울타리 아래 땅을 파내고 거북 터널을 설치하는 WWF.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울타리 아래 땅을 파내고 거북 터널을 설치하는 WWF.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호주 WWF는 호주긴목거북이 이 터널을 잘 사용하는지 9개월간 실험했고, 거북이가 울타리 아래 이 터널을 사용해 성공적으로 이동한 사례가 7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호주긴목거북들은 울타리 아래로 성공적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여우가 터널에 들어오려고 시도한 흔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터널은 거북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무인카메라에 반디쿠트, 앵무새, 바늘두더지 등 몸집이 작은 동물들이 터널 입구에 서성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롭 브루스터 WWF 재야생화 관리자는 "바늘두더지는 모든 터널을 돌아다니며 목욕을 즐겼고, 앵무새들은 단체로 찾아와 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갔다"며 "이 거북 터널은 이동이 막힌 모든 민물거북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거북 터널에서 목욕하는 바늘두더지.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거북 터널에서 목욕하는 바늘두더지. (사진 호주 WWF)/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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