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 서식하고 있는 천산갑들이 비늘 거래보다는 지역에서 식용으로 쓰여지기 위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나이지리아에 서식하고 있는 천산갑들이 비늘 거래보다는 지역에서 식용으로 쓰여지기 위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나이지리아 숲속에 사는 천산갑들이 밀렵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해외 밀수를 위한 비늘 채취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식용 고기 소비 때문이었다. 

나이지리아에 서식하고 있는 천산갑들이 비늘 거래보다는 지역에서 식용으로 쓰여지기 위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불법 거래와 밀수의 상징과도 같은 천산갑이 나이지리아에서는 실제로는 지역 주민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밀렵되고 있었던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은 나이지리아 33개 지역에서 3년에 걸쳐 사냥꾼, 상인 등 800명 이상을 인터뷰하며 밀렵된 천산갑의 유통 경로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매년 해당 지역들에서 약 2만 1000마리의 천산갑이 죽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냥꾼들이 천산갑만을 노리고 사냥에 나서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덫을 확인하거나 밭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천산갑을 손으로 집어 들고 잡는데, 포획한 천산갑의 75% 정도는 가정의 식탁에 오르고, 나머지는 지역 시장에 팔린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찰스 에모고르(Charles Emogor) 박사는 “나이지리아 항구에서 수천 킬로그램의 천산갑 비늘이 압수되면서 국제적인 천산갑 수요가 서아프리카 천산갑 남획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은 식용으로 쓰였다"면서, "실제로 포획된 천산갑 중 비늘이 시장에 팔린 것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그대로 버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산갑만을 노린 사냥 행위는 사실상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냥꾼들이 다른 야생동물을 찾다가 천산갑을 우연히 마주치거나, 지역 주민들에게 우연히 발견되는 것인데, 문제는 천산갑이 위협을 받으면 몸을 둥글게 마는 습성이 있어 인간에게 매우 쉽게 잡힌다는 것이다. 

이처럼 포획이 쉬운데다 천산갑 고기가 소고기, 닭고기 등보다 더 맛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일부 마을에서는 임산부가 천산갑 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는 미신도 성행해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사냥꾼들은 지역 시장에선 천산갑 고기가 비늘보다 3~4배 더 비싸게 팔린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은 천산갑의 느린 번식 속도와 맞물려 천산갑을 심각한 멸종위기로 내몰고 있다. 에모고르 박사는 "이 모든 것에 숲 서식지의 파괴까지 겹쳐 천산갑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제 밀수를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밀렵의 동기가 식용 고기 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지역 순찰 강화, 보호 조례 제정 등 지역 중심의 해결책이 더 실효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카메룬, 가봉 등 서아프리카 인접 국가들에서도 천산갑은 식용 고기로 더 많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동물 보호 단체들은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의 생태적 역할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해당 국가들에서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천산갑의 비늘 불법 거래는 여전히 천산갑을 멸종위기로 내모는 핵심적인 위협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천산갑의 비늘 불법 거래는 여전히 천산갑을 멸종위기로 내모는 핵심적인 위협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천산갑의 비늘 불법 거래는 천산갑을 멸종위기로 내모는 핵심적인 위협이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선 천산갑의 비늘 1t(톤)이 불법 거래 직전 적발됐다. 1톤은 천산갑 5900마리 가량이 희생돼야 얻을 수 있는 분량으로, 압수된 천산갑의 비늘은 대부분 중국으로 밀매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천산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렵되는 포유류다. 이들은 천산갑의 비늘이 종기 치료, 지혈, 월경 불순 등에 좋다는 비과학적인 믿음으로 인해 특정 국가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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