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물을 바라볼 때 근본적으로 필요한 시선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들이 목숨을 위협받고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삶이 무너지기 직전인 우리 곁의 동물들이 언제부터 위험에 빠졌는지, 지금까지 어떤 고난을 겪었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3가지 질문으로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지난 23일은 '세계 거북의 날'이었다. 1억 년 전부터 지구를 헤엄쳐온 이 동물.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인간이 만든 위험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바다거북에게 바다는 안전할까.

Q. 언제부터, 왜 위기였을까?

바다거북이 법적으로 '멸종위기종'이 된 시점은 1970년,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이 출범하면서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매부리바다거북, 캠프리들리바다거북 등을 공식 보호종으로 지정했다. 이후 1978년,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을 추가로 지정했다.

국제사회는 같은 시기에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1981년, 바다거북 대부분 종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Ⅰ에 등재돼 상업적 국제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199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매부리바다거북과 캠프리들리바다거북을 '심각한 위기(CR)',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은 '위기(EN)'로 평가했다. 이는 절멸 직전 단계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도 2000년대 들어 보호에 나섰다. 2007년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고, 이후 올리브바다거북이 추가돼 현재는 5종이 보호받고 있다.

인간 활동과 기후위기가 다양한 위협으로 바다거북을 둘러쌌다. 거북의 알·고기·등껍질은 인간의 수요 대상이었고, 대형 상업 어업에서는 혼획이 빈번했다. 해안 개발과 관광으로 산란지가 사라졌고,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위기는 생존 자체를 위협했다. 해변의 모래가 너무 뜨거워져 부화 중인 새끼 대부분이 암컷으로 자라거나, 해수면이 올라 산란지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

Q. 그동안 어떤 길을 지나왔을까?

다양한 위협이 바다거북을 둘러싸고 있다. 대표적으로 폐어구에 의한 폐사, 부상 사례가 많다. 제주해역에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16마리의 바다거북이 폐사했으며, 이 중 27마리는 폐어구에 얽혀 있었다. 낚싯바늘로 인한 질식사, 부상 사례도 반복된다.

(사진 Sea Turtle Biologis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Sea Turtle Biologist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바다거북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이 사진은 2015년 많은 충격과 화제를 불렀다.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으로 바다거북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폐사 바다거북 장기에서 평균 28.7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어떤 개체는 200개가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상태였다.

플라스틱뿐 아니라 기후위기도 치명적이다. 바다거북 성별은 부화 당시 모래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섭씨 29.1도 이상이면 대부분 암컷이 된다. 최근 호부 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이었으며, 일부 지역에선 수컷 1마리에 암컷이 116마리가 태어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개체 유지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세계자연기금(WWF)은 퀸즐랜드대학과 협력해 모래 온도를 낮추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바닷물을 뿌리거나 그늘막을 설치해 둥지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수컷 개체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Q. 그래서 지금은 잘 지내니?

기나긴 멸종위기 살이에 절망만 있던 건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자연기금(WWF) 등은 일부 지역 바다거북 개체군이 보호 노력에 따라 회복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인도 오디샤 지역에서는 'Operation Olivia'라는 해안 순찰 프로젝트로 매년 약 150만 마리의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안전한 산란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호 노력은 이어졌다. 해양수산부는 바다거북 5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제주대학교는 구조·치료·방사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 아쿠아플라넷도 매부리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인공 부화 및 방사에 성공했고, 일부 개체는 위성 추적을 통해 자연 서식지로 복귀한 모습이 확인됐다.

올해는 두모리·애월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2구가 제주대로 이송돼 유전자 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한국 WWF는 '세계 거북의 날'을 맞이해 바다거북이 처한 현실을 조명하면서, 제주 지역 보전 단체 '다프다제주'와 함께 해안 및 수중 정화 활동, 바다거북 생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다거북에게 내일이 있을까.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 교수는 국내 바다거북 복원 노력에 대해 "일부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실질적인 서식지 보전의 부재를 우려했다.

그는 "인공부화 후 방류된 개체가 실제 살아갈 수 있는 연안 환경은 여전히 해양쓰레기와 폐어구로 오염돼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생존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제주 지역에서 바다거북 성체 폐사 사례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만 연간 30~40건이 확인되며, 그중 상당수가 폐어구에 얽혀 희생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산란 여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내 연안 역시 바다거북이 산란할 수 있는 조건은 갖췄으나, 환경은 안전하지 못하다. 김 교수는 "국내 연안은 바다거북이 산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관광지 개발로 모래 해변이 훼손되면서 실제 산란이 가능한 공간은 거의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혼획 피해가 잦은 어업 시기를 피하거나 조정하는 등 구조적인 서식지 보호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IUCN, NOAA, KIOST, 해양수산부, WWF 등 국내외 보도자료 등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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