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4 서울시 빛공해 공모전)/뉴스펭귄
(사진 2024 서울시 빛공해 공모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지나친 빛은 공해다. 빛공해는 야간의 과도한 인공조명이 사람과 자연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빛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다. 국제밤하늘협회(IDA), 국제조명위원회(CIE), 북미조명학회(IESNA) 등을 비롯해 각국은 빛공해를 줄이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에서도 빛공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환경부는 제3차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자연 친화형 조명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2024 서울시 빛공해 공모전)/뉴스펭귄

'나쁜 빛' 감시하는
지자체들

지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기, 충북, 충남, 제주는 지역 전체를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설정해 가로등이나 광고등 조명을 설치할 때 밝기를 지정된 기준에 맞추고 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은 1~4종으로 나뉘는데, 그중 1종은 빛공해가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구역이다. 대구, 광주, 대전은 1종 면적이 가장 넓다.

특히 서울시는 빛공해 방지를 넘어 '좋은 빛'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6년까지 모든 가로등을 LED로 교체할 계획이며, 매년 좋은빛위원회 위원을 모집해 조명을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하는 사안을 일일이 심의한다.

제주도는 별빛보호지구를 지정해 빛공해를 최소화하고 밤하늘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2023년부터 제주별빛누리공원의 '국제 밤하늘 공원' 지정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에 LED 조명을 설치했고 광주시는 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장 조명을 전면 LED로 교체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뉴스펭귄
(사진 KIA 타이거즈)/뉴스펭귄

 

빛공해 조례,
실효성 있나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빛공해 저감 노력이 조례 제정에만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찬용 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빛공해의 위험성을 알지만 연구와 전문가가 부족해 정확한 피해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조례와 법이 있다는 자체로 의미는 있지만 규제로서의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 17개 시·도 전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했지만 그중 세종, 전북, 전남, 경북, 강원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뿐만 아니라 골프장이나 스키장처럼 비도시 지역이면서 야생생물 서식지 인근에 설치된 조명도 규제가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성 교수는 "골프장이나 스키장의 빛공해는 도시에서보다 야생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제재도 어렵다"면서 "빛공해가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니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빛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규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박성원 미래학 박사는 지난 12일 밤하늘조각 포럼에서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지만, 그 변화가 바람직한지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밤을 밝혀 경제성장도 하고 편의를 추구해온 방식이 지금도 옳은지 질문해야 빛공해 해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골프장 조명.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골프장 조명.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불은 무조건 끄자?
우리는 '좋은 빛'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불을 끄는 것이 답일까? 밤하늘조각 캠페인을 벌이는 자연의벗은 '좋은 빛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밤하늘을 되찾기 위해선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고 자연 친화적 조명으로 교체하는 등 좋은 빛을 고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빛이란 생활에 필요한 빛은 충분히 확보하되, 불필요한 빛은 최소화해 사람과 생태계 피해를 줄이는 개념이다.

환경부 빛공해방지위원회 위원인 백지혜 조명디자이너는 "지자체가 빛 방사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조명을 설치하지 않으면 점점 더 밝아지는 지역이 생긴다"며 "한번 밝아지면 다시 어두워지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좋은빛정보센터는 특히 야생생물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향광을 억제하고 편배광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번식지 방향으로는 빛을 억제하고 서식지인 하천에서는 조명 각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또 골프장이나 스키장 조명을 1시간 안에 소등하고 곤충과 식물을 고려한 조명 형태와 색상을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사진 2024 서울시 빛공해 공모전)/뉴스펭귄
(사진 2024 서울시 빛공해 공모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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