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ID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ID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불을 끄고 별을 켜자"

어두워야 할 밤에 빛공해가 나날이 심해지자 미국 천문학자들은 국제밤하늘협회(IDA)를 만들고 전세계 '어두운 밤하늘 공원'을 지정했다. 이 공원들은 빛공해가 적어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기여한다. 밤을 낮처럼 가득 밝히는 인공조명의 빛공해는 인간의 삶만이 아니라 생태계에도 불균형을 초래한다.

미국 빅벤드 국립공원을 비롯해 체리 스프링스 주립공원, 캐나다 모레인 호수 등이 어두운 밤하늘 공원으로 선정됐다. 그중 헝가리 젤릭 공원은 모든 조명을 아래를 향해 설치해 빛공해를 최소화한다.

지난 12일 자연의벗이 주최한 '밤하늘조각 포럼: 잃어버린 밤하늘을 찾아서'에서는 이처럼 빛공해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사례가 소개됐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상가의 조명 시간을 줄여 빛공해 저감에 나서고 있다.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모든 상가의 조명 사용을 금지했으며, 직원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은 한 시간 안에 의무적으로 소등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빛공해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발광 광고판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소등하고 있다. 독일은 생태 조명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 파장의 빛만 사용하거나 조명 밝기를 조절하는 기술로 생태계에 적은 영향을 주는 조명을 개발하고 있다.

박쥐 빛공해 저감을 위한 적색 가로등. (사진 Signify)/뉴스펭귄
박쥐 빛공해 저감을 위한 적색 가로등. (사진 Signify)/뉴스펭귄

네덜란드는 빛공해 지도를 제작해 각 지역의 빛공해 정도를 파악하고 맞춤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조명회사 시그니파이는 네덜란드 제두크뉴콥 마을의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흰색이 아닌 빨간색 조명을 설치했다. 야생 박쥐는 완전히 어두운 곳에서 먹이를 찾도록 진화했는데, 빛공해가 심하면 박쥐는 사냥 난이도가 높아져 생존이 어려워진다.

이외에도 2022년 뉴질랜드는 '어두운 밤하늘 공원'을 넘어 '어두운 밤하늘 국가'가 되기 위해 3년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태평양 작은 섬나라 니우에만 세계 최초 '어두운 밤하늘 국가'로 지정돼 있다.

거북 친화적 조명. (사진 미국 플로리다 피넬라스 카운티 Pinellas County)/뉴스펭귄
거북 친화적 조명. (사진 미국 플로리다 피넬라스 카운티 Pinellas County)/뉴스펭귄

미국 플로리다주 일부 도시는 바다거북을 비롯해 야생동물에게 빛공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호박색 조명을 설치했고 호주 빅토리아주 필립섬은 바다거북이 산란하는 시기에 맞춰 가로등을 잠시 꺼둔다.

매년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명 '트리뷰트 인 라이트(Tribute in light)'는 하늘을 향해 쏘는 강한 인공조명에 새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일정 시간 소등한다. 잠시 불을 끄는 것만으로도 새들이 빛을 탈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이날 각국 사례를 발표한 박찬호 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빛을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빛을 살짝 줄이면 오히려 틈새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빛공해방지위원회 위원인 백지혜 조명디자이너는 "조명은 한번 밝게 켜면 다시 어두워지기 어렵기 때문에 점점 밝아지지 않도록 각 지역의 빛공해방지위원회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조건 불빛을 끄자는 방향이 아니라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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