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말 미국 플로리다 키스 제도 인근 해역에서 작은이빨톱상어가 원을 그리며 헤엄을 치다가 결국 폐사하는 현상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사진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뉴스펭귄
재작년 말 미국 플로리다 키스 제도 인근 해역에서 작은이빨톱상어가 원을 그리며 헤엄을 치다가 결국 폐사하는 현상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사진 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멸종위기종 작은이빨톱상어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병의 발생 원인으로 뜻밖에 기후위기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 키스 제도 인근 해역에서 이상한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 작은이빨톱상어(smalltooth sawfish)가 원을 그리며 헤엄을 치다가 폐사하는 현상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플로리다주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 위원회(FWC)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작은이빨통상어가 원을 그리며 헤엄치는 이상 행동이 22건 관찰됐으며, 그중 6마리가 폐사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번에 처음 목격된 현상이 아니다. 재작년 말 같은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보고되었고, 총 50마리가 넘는 작은이빨톱상어가 해당 현상으로 폐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과학자들이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 250여가지 화학 물질에 대한 반응 검사를 실시하고, 독성 적조와 같은 환경 요인을 조사했지만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FWC는 성명을 통해 “작은이빨톱상어의 뇌 조직에서 미세한 변화를 발견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잦아들어 약 9개월간 잠잠했던 이상 현상은 작년 12월 다시 보고되기 시작했다. FWC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역 주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는 물고기를 목격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운영 중이다.

물속에서 원을 그리는 이상 행동은 작은이빨톱상어를 넘어 다른 어종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어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해당 이상 행동이 보고된 사례는 500여 건을 넘어섰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설 중 현재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폭염이 바다 속에 독성 조류(藻類)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폭염으로 산호초 백화 현상이 심각해진 가운데, 바닷속 미세 조류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작은이빨톱상어는 마치 가오리처럼 아가미가 몸의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어 해저에서 직접 물을 들이마시는데, 폭염으로 발생한 독성 조류를 작은이빨톱상어가 흡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FWC는 “과학자들이 작은이빨톱상어 조직에서 여러 종류의 조류 독소를 발견했으며, 현재 이 독소들이 원인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작은이빨톱상어.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작은이빨톱상어.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한편 작은이빨톱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단계에 처해 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2003년부터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에 따라 보호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가오리, 홍어,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에 속하며, 긴 평평한 주둥이 양쪽에 톱니처럼 배열된 돌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집이 커 최대 5m까지 자란다. 한때 미국 남동부 해역에 널리 분포했지만,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현재는 플로리다 남서부 해안과 키스 제도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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