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지난 3월 3일은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이었다.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는 존재를 한 번이라도 기억하자는 의미로 제정됐다. 지금도 많은 야생생물이 개발과 밀렵, 기후위기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는 특별한 방식으로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는데 코뿔소 특수부대부터 고릴라 전담 의료팀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코뿔소 특수부대
케냐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밀렵에서 구하기 위한 특수부대가 있다. 케냐 야생동물관리청(KWS) 산하 '코뿔소 특수부대(Rhino Force)'다. 엄격한 과정으로 선발된 특수부대 요원들은 실제 전투에 쓰이는 무기를 사용하며, 밀렵꾼을 발견하면 총을 쏘도록 훈련받는다. 미리 코뿔소의 뿔을 제거하는 일도 도맡는다.
또 코뿔소 인공번식을 위해 유전자를 관리하는 일도 한다. 특히 지역민들이 생계 때문에 밀렵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헤머스바흐 코뿔소 특수부대'가 있다. 남아공에는 아프리카 흰코뿔소 80%가 서식하는데, 독일 IT기업 CEO가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에 방문했다가 코뿔소가 밀렵 위협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고 조직했다. 이 특수부대는 적외선 카메라 같은 특수 장비를 활용해 국립공원을 순찰하며 밀렵을 감시한다. 이 특수부대는 코뿔소 사체를 부검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아프리카 코뿔소는 뿔을 노린 밀렵으로 1960년대부터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 문턱에 섰다. 코뿔소 뿔은 아프리카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아시아에서는 약재로 쓰이는 탓에 여전히 밀렵이 성행한다. 지난해 2월 남아공 환경부는 밀렵에 희생된 코뿔소가 499마리라고 밝히며 전년보다 1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밀렵꾼에서 수호자로
바다거북 조사단
피지에서는 한때 바다거북 밀렵을 일삼던 이들이 반대로 보호에 나서고 있다. 10년 전 피지 정부는 바다거북 포획과 사냥을 금지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바다거북 고기를 소비하고 있어 밀렵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피지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5종 중 매부리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개체수가 크게 줄어드는 중인데, 매부리바다거북 개체수는 80년 사이 80% 감소했으며 2021년부터 1년간 불법 포획된 바다거북의 60%는 푸른바다거북이었다.
이에 세계자연기금(WWF)은 어쩌면 바다거북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전직 밀렵꾼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전직 밀렵꾼을 포함해 지역민 12명으로 이뤄진 '바다거북 조사단(Dan ni Vonu)'은 둥지를 찾고, 알을 세고, 새끼 거북을 보호한다. 2023년 꾸려진 이 조사단은 지금까지 36개 해안을 78회 순찰하며 둥지 220개를 조사했다.
과거 바다거북 밀렵꾼이자 현재 조사단으로 활동하는 빌리아메 튀나바드라는 "우리 조상은 모두 바다거북을 사냥했고 내가 어렸을 땐 알을 찾아다니며 놀았다"면서도 "처음 조사했을 때는 알이 있는 둥지가 없었는데 이듬해 9개로 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매부리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Critically Endangered)'에, 푸른바다거북은 위기(Endangered)'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고릴라 전담 의료팀
아프리카 우간다와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에는 고릴라 전담 수의사들이 있다. 바로 '고릴라 닥터스'다. 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국립공원을 돌며 고릴라 상태를 살핀다.
고릴라들끼리 싸우다가 생긴 상처를 치료하고, 철조망에 갇힌 고릴라를 구조하며, 인간이 유발한 전염병에 걸렸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고릴라와 인간은 DNA의 98%를 공유해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때 고릴라를 숲 밖으로 옮겨 치료하지 않고 최대한 발견한 자리에서 신속하게 진찰하고 치료한다.
고릴라 닥터스는 다치거나 아픈 고릴라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고릴라를 조사하고 연구해 개체수를 늘리는 데 기여해왔다. 그런 고릴라 닥터스는 고릴라 중에서도 동부고릴라 아종 '산악고릴라'에 주목한다. 덕분에 2010년대 약 700마리만 서식하던 산악고릴라는 현재 1036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산악고릴라는 IUCN 적색목록 '위기'(EN)종이다.
고릴라 닥터스 수의사들은 각 고릴라의 이름을 알 정도로 고릴라와 각별하다. 이들은 고릴라가 씹은 식물에서 침을 추출해 고릴라의 건강을 연구하기도 한다. 또 밀렵꾼에게 잡힌 고릴라를 구조해 치료한 뒤에는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보내기도 하고, 직접 설립한 보호소에서 평생 돌보기도 한다. 고릴라 닥터스 수의사 릭키 오켈로는 "고릴라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 매우 특별하다"며 "마치 인간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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