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스웨덴에서 2010년부터 매년 진행돼 온 늑대 사냥 시즌이 지난 2일(현지 시간) 시작됐다. 올해는 1월 2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30마리의 늑대 사냥이 허가됐으며, 생명, 재산 보호를 위한 특정 조건에서 20마리까지 추가적으로 사냥이 가능하다. 이전보다 강도 높은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멸종위기종 사냥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스웨덴 헤럴드(Sweden Herald)에 따르면 올해 사냥이 시작된 1월 2일 하루 동안 이미 10마리의 늑대가 사냥됐다.
스웨덴 정부는 늑대가 농가의 가축과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2010년부터 매년 기간을 정해 제한적으로 늑대에 대한 사냥을 허가해왔다.
이같은 정책에 최근 스웨덴의 늑대 개체수는 2022년에서 2023년까지 한해동안만 약 20% 감소했고, 현재는 약 375마리가량만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늑대 사냥 정책이 겨우 돌아온 늑대의 재멸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줄곧 비판을 제기해 왔다. 늑대 개체 수가 줄어들면 유전적 다양성 문제가 심화돼 멸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1966년부터 1983년까지 번식 가능한 늑대 개체가 전무했으나, 자연 회복 노력으로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늑대는 스웨덴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서 '매우 위협받는(highly threatened)'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논란은 최근 스웨덴 정부가 멸종위기종 늑대 관리 기준을 더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재차 가열됐다. 작년 10월 스웨덴 환경보호청(SEPA)은 양호한 보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적합한 늑대 개체수 기준을 기존의 300마리에서 170마리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경단체는 늑대 사냥을 허용하는 법 개정 대신 전기 울타리 등의 예방 조치를 통해 농가를 보호할 수 있다며 늑대 사냥이 이미 취약한 늑대 개체 상태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스웨덴 자연보호협회(Swedish Society for Nature Conservation) 비아트리스 린데발 회장은 “늑대가 사람을 공격한 마지막 사례는 1821년이었다”며 정부가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늑대 사냥이 농가의 가축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늑대가 죽이는 양은 스웨덴 전체 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유럽에서는 늑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알프스, 스칸디나비아, 중부 유럽 등 산림 지역에서 늑대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늑대가 농가의 가축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 EU의 야생동물 보호를 관장하는 베른 협약(Bern Convention) 상임위원회는 늑대의 보호 지위를 “엄격히 보호(strictly protected)”에서 “보호(protected)”로 낮추는 데 찬성했다. '엄격히 보호'는 늑대를 의도적으로 죽이거나 포획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지위가 변경되면 EU 각국이 서식지 지침을 개정해 늑대 사냥을 더 쉽게 허용할 수 있게 된다.
세계자연기금(WWF) 스웨덴 관계자는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의 심층 분석에서도 늑대 사냥이 가축 공격을 줄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오히려 늑대가 사냥당해 무리가 분열되면 어린 늑대들이 혼자 먹이를 찾아야 하며 이로 인해 가축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반박했다.
스웨덴 육식동물협회(Swedish Carnivore Association) 마그누스 오레브란트 회장은 "늑대와 농가의 갈 정부가 주장하는 만큼 크지 않다"며, "사냥 대신 전기 울타리와 같은 공존 대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스웨덴의 사냥 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늑대 반대 로비에 사용하고 있다"며, "사냥 단체가 정책 결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늑대는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지역적 절멸 상태로 파악되나 전 세계적으로는 개체군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어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는 ‘최소 관심(LC)’ 등급을 받은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20~25만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늑대는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일제강점기에 해수구제사업으로 대대적인 포획과 사냥이 이뤄져 야생에서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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