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100년 동안이나 자취를 감췄던 달팽이가 기적적으로 발견돼,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1300여 마리 달팽이를 방사한 동물원은 SNS에 관련 게시물을 공개하고 '세기의 컴백(Comeback of the century)'이라며 자축했다.
포르투갈 마데이라 제도에 위치한 데제르타스 섬에서만 사는 손톱만한 크기의 고유종 달팽이 두 종. 이들은 오랫동안 멸종된 것으로 여겨져왔다. 인간이 섬에 들여온 쥐, 생쥐, 염소 등 침입종에 의해 서식 환경이 파괴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한 이후 100년이 넘도록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산림 및 자연보전 연구소(IFCN)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탐사 모니터링을 통해 두 달팽이 종의 생존을 확인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당시 두 종의 달팽이는 각각 200마리도 안될 정도로 소수의 개체만이 남아있었다.
이들은 달팽이들을 멸종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일부를 포획해 영국과 프랑스의 동물원으로 보냈다. 그중 60마리의 달팽이가 보내진 영국의 체스터동물원에서는 달팽이를 위한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을 위한 번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체스터동물원의 파충류 및 양서류 보존팀은 오랜 시간을 들여 달팽이의 특성을 연구하고 개체 관리를 진행, 몇 달 만에 드디어 번식 방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동물원은 이후 여러 세대의 달팽이를 번식시키며 종을 복원할 수 있는 충분한 개체 수를 확보했다.
이번에 자연으로 돌아간 달팽이는 모두 1329마리. 달팽이들이 방사된 부지우(Bugio) 섬은 달팽이들의 원래 서식지였던 데제르타스 섬 근처에 위치한 섬으로 1990년 이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의 출입이 제한돼 왔다.
체스터동물원의 무척추 동물 전문가 헤더 프린스는 "달팽이들은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할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먹이원이 되는 등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는 섬 생태계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달팽이는 먹이사슬 아래 부분에 위치해 생태계 건강성 여부를 판단하는 생태계 지표 생물로도 여겨진다. 서식지 분산 능력이 떨어지고 서식지 범위가 좁기 때문에 섬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의 비율이 다른 생물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같은 이유로 서식 환경의 변화나 인간의 간섭에 의해 멸종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높다.
달팽이를 둘러싼 기적은 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달팽이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 인근 섬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참달팽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21년 참달팽이 인공증식에 성공한 이후, 2022년부터 작년까지 참달팽이 20마리, 20마리, 18마리를 전남 신안군 홍도와 하태도에 방사했다.
참달팽이는 농약에 노출되거나 사람에게 밟혀 죽는 경우가 많지만, 서식지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에 힘입어 개체수를 잘 유지해나가고 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달팽이는 여전히 서식지 분산 능력이 떨어지고, 서식 범위가 좁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취약한 동물"이라며, "이슈가 생기면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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