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고유한 성격을 지닌 야생동물을 선정하는 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2024 야생동물 고유한 성격상 수상은 호랑이 '순다라'에게 돌아갔다.
세계동물보호협회(World Animal Protection)는 지난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2024 야생동물 고유한 성격상(Wild Animal Unique Personality Award)을 개최해 투표한 결과, 호랑이 '순다라'가 우승했다고 지난달 10일 발표했다. 이 상은 동물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고, 모든 동물이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로 매년 이어진다.
그러나 수상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다. 후보에 오른 동물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야생에 돌아가지 못하고 보호소에 살아간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들을 보호하는 곳에 수여하는 상과 다름없다. 수상한 동물이 지내는 보호구역에는 1만 달러의 상금이 지급된다.
후보였던 다섯 동물 중 투표를 거쳐 호랑이 '순다라'가 수상했다. 앞서 협회가 공개한 후보는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코끼리 '달링', 큰두루미' 프랭키', 침팬지 '마르코'와 아쿠바', 호랑이 '순다라'가 있다. 수상자를 비롯해 후보에 오른 동물들의 고유한 성격과 사연을 소개한다.
호랑이 '순다라': 활기찬, 용감한, 똑똑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7살 호랑이 '순다라'는 할리우드 서커스장에서 태어났지만 사시 증상이 있어 공연에 투입되는 대신 2년간 좁은 우리에 갇혀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순다라의 사연을 접한 한 수의사의 도움으로 풀려났고, 네바다주의 '세이프 헤이븐 생추어리'로 옮겨졌다.
순다라가 있는 이 생추어리는 공연이나 불법 거래를 위해 학대받거나 인간에 길들여져 더 이상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위한 곳이다.
협회는 "순다라는 활기차고 용감하고 똑똑하다"며 "누구보다 수영을 좋아하고, 큰 소리를 내면 많은 팬들이 모인다는 걸 스스로 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코끼리 '달링': 차분한, 우아한, 충실한
후보였던 60살 아시아코끼리 '달링'은 한때 캄보디아 원주민 가족에 속해 벌목을 도우며 살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필요해지자 원주민은 달링을 관광업에 임대했다.
그러나 틈을 노리던 이들이 달링을 훔치려고 하자 결국 원주민은 다치거나 늙은 코끼리를 위한 생추어리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재 달링은 그곳에서 평화롭게 지낸다.
협회는 "달링은 차분하고 우아하며 충실하다"고 소개했다. 달링은 붉은 진흙을 몸에 바르고 나무에 몸을 문질러 각질을 제거하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큰두루미 '프랭키': 호기심, 기발한, 수다스러운
또 다른 후보는 15살 큰두루미 '프랭키'다. 2010년 캄보디아 불법 거래에서 구출됐지만, 애완동물로 지낸 시간 때문에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져 한 보호시설로 이송됐다.
프랭키는 종종 울타리 밖으로 나가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큰 소리로 방문객을 놀라게 하는 장난도 친다. 협회는 "호기심이 많고, 기발하고, 수다스럽다"고 프랭키의 성격을 묘사했다.
서부침팬지 '마르코': 장난기, 공감성, 건방진(?)
기니에 사는 서부침팬지 '마르코'는 어미가 사냥으로 죽은 뒤 잡혔는데, 당시 어미를 향한 총알이 마르코의 뺨을 스친 탓에 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당국은 마르코가 시장에 팔리기 전에 구출해 침팬지 보호시설로 옮겼고, 그곳에서 마르코는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입 주변엔 여전히 흉터가 있지만 음식을 먹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마르코는 친구들에게 물을 뿌리거나 나뭇잎을 던지며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한편, 새로 온 침팬지에게는 부드럽게 다가가는 등 배려심도 있다고 알려진다. 협회는 그런 마르코를 두고 "장난기가 많지만 공감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부침팬지는 현존하는 침팬지 아종 4종 중 가장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는다. 서부침팬지 개체수는 지난 20년간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80% 감소했다.
서부침팬지 '아쿠바': 어리숙한, 장난기, 회복력
마지막 후보인 7살 서부침팬지 '아쿠바'는 코트디부아르에서 불법 거래된 다른 침팬지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됐다. 당시 아쿠바는 어두운 방에 갇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렸으며, 함께 갇혀있던 성체 침팬지로부터 지속해서 공격받는 상황이었다. 발견 당시 온몸이 찢긴 상태였고 특히 손목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현재 아쿠바는 불법 거래에서 구출된 영장류를 위한 생추어리에서 지낸다. 현재 아쿠바는 트라우마를 딛고 잘 적응한다고 알려진다. 파파야나 망고가 보이면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일쑤이며, 과일 속에 머리를 넣고 맛보다가 걸리는 일화도 있는 '미식가'로 통한다.
또 아쿠바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의 피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등 유대감을 중시한다. 협회는 "어리숙하고 장난기가 많지만 회복력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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