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도 없이 세상 어느 곳보다 평화롭던 원숭이들의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 오래 지속된 가뭄과 전염병,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있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
브라질 대서양 숲에 서식하는 북부양털거미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 위급(CR) 단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영장류 중 하나다. 한때 약 10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되기도 했던 개체수는 지속적인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국제 생태학 학술지(Ec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약 50마리였던 북부양털거미원숭이의 개체수는 2015년까지 35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6년 급격한 사망률 증가가 관찰된 이후 200마리 수준까지 감소, 현재까지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6년 사망률 급증의 원인으로는 2014년 시작된 2년간의 극심한 가뭄과 2016년 북부양털거미원숭이 집단을 휩쓴 황열병이 지목됐다.
이번 연구를 이끌었으며 북부양털거미원숭이 집단을 오랜 기간 관찰해온 위스콘신대학교 카렌 스트리어(Karen Strier) 교수는 “서식지 내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사망률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점차 더 덥고 건조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북부양털거미원숭이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들에게도 환경적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먹이가 부족한 상황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북부양털거미원숭이
북부양털거미원숭이들은 평화롭고 협력적인 사회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부양털거미원숭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카렌 스트리어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에 따르면 다른 영장류 사회에서는 먹이나 번식 기회를 두고 개체 간 경쟁이 심하게 나타나지만, 북부양털거미원숭이는 자원을 나누고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 개체가 짝짓기의 기회를 독점하는 모습은 고릴라, 침팬지 등 야생 영장류 집단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북부양털거미원숭이 수컷들은 암컷과 짝짓기 기회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암컷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무리 내에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암컷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컷과의 짝짓기를 선택하며, 대개 수컷들은 암컷의 선택에 따르는 태도를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북부양털거미원숭이들의 생태를 단기적인 번식 성공보다는 장기적으로 무리 전체의 번식율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부양털거미원숭이 무리 내 서열이나 계급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독특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북부양털거미원숭이 집단에서는 수컷 간에 지배를 위해 싸우는 행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컷과 암컷 등 관계에서도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이 드물며, 먹이 자원도 비교적 평등하게 공유한다.
서로의 털을 손질해주는 그루밍(Grooming)도 위계에 따라 강요되지 않고 평등하게 이뤄지면서 집단 내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평화로운 사회적 관계는 안정적인 서식지와 풍부한 먹이 자원에 기반하지만 최근 환경 변화와 서식지 질 저하로 인해 이들의 평화로운 사회가 위협에 처했다”면서, “먹이 부족과 기후 스트레스가 원숭이들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들의 평화로운 생태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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