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특유의 기품 있는 외양과 안정적인 형태로 전 세계인들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구상나무.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기도 한 구상나무로 이뤄진 숲이 지난 100년 동안 한라산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영어 이름과 학명에도 코리아(Korea)라는 단어가 들어갈 만큼 우리나라, 특히 한라산 등 남부 지방의 높은 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숲 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등급 위기(EN) 단계로도 지정된 구상나무.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한라산에 분포한 구상나무 숲이 1918년 1168.4헥타르(ha)에서 2021년 606헥타르로 48.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고유종이기도 한 구상나무로 이뤄진 숲이 지난 100년 동안 한라산에서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나라 고유종이기도 한 구상나무로 이뤄진 숲이 지난 100년 동안 한라산에서 절반 가까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고지도(古地圖)와 항공사진을 분석하고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구상나무 숲의 감소 현상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부는 성판악 등사로 중심의 동사면이 502.2헥타르로 가장 큰 감소를 보였고,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도 각각 58.0헥타르, 40.7헥타르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까지 한라산 구상나무 숲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했던 진달래밭 일대에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큰 면적 변화가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부터는 영실 일대에서 연평균 감소율이 높아졌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00년대에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감소율이 급증했다. 기온 상승, 태풍, 가뭄 등 이상기후가 구상나무 숲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00년대에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감소율이 급증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제공)/뉴스펭귄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00년대에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감소율이 급증했다.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제공)/뉴스펭귄

연구부는 “2006년 이후에는 연평균 감소율이 1.37~1.99%로 급증해 구상나무 숲의 쇠퇴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제주 지역의 온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기후변화의 압력이 한라산의 아고산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부 관계자는 “성판악 1700~1900m 해발 고도에서 2012년과 2013년 대규모 고사가 일어났었다”며, “2012년 유독 잦았던 태풍과 이듬해 초여름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먼저 뿌리가 흔들리고 마르는 등 고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구상나무 숲 감소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확정해 얘기할 순 없지만, 고도가 낮은 곳으로부터 위쪽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고사가 진행되고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전문위원 최진우 박사는 “기후가 따뜻해지면 특별한 조건 아래 적응해왔던 침엽수들은 분포 범위와 회복력이 줄어들고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한라산 외에도 지리산, 덕유산 등 아고산 지역, 특히 춥고 바람이 세고 눈이 많이 내리던 지역에 잘 적응해 살았던 침엽수들은 기상 조건이 안 맞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