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딱따구리 암컷. (사진 위키피디아 - Lyudmyla Larioshyna)/뉴스펭귄
청딱따구리 암컷. (사진 위키피디아 - Lyudmyla Larioshyna)/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서울시가 17년 만에 보호 야생생물 목록을 갱신한 가운데, 기존 딱따구리과 중 청딱따구리만 보호종에서 해제해 시민과 환경단체 등이 우려를 표했다.

지난 18일 서울시는 보호 야생생물을 기존 49종에서 55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14종이 보호종으로 새롭게 지정됐고 8종이 해제됐다. 조류 중에는 청호반새와 청딱따구리가 보호종에서 해제됐다.

서울시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청호반새는 2022년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고, 청딱따구리는 서울에 계속 출현해 개체수가 줄지 않는 일반종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등은 보호종으로 유지됐다.

시민 1700명
"딱다구리 이해 부족한 결정"

이를 두고 딱다구리보전회 등 98개 단체와 시민 약 1700명은 반대 성명을 냈다. "청딱다구리를 보호종에서 해제하는 서울시의 결정은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는 생태학자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우리나라에 번식하는 딱다구리 6종 중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는 크기도 비슷하고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다"며 "청딱다구리는 다른 딱다구리보다 울음소리도 크고 둥지에 드나들 때마다 소리를 내서 개체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착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관찰로는 한 숲에 사는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개체수가 대체로 비슷했는데, 청딱다구리만 해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딱따구리 수컷. (사진 위키피디아 - Dion Art)/뉴스펭귄
청딱따구리 수컷. (사진 위키피디아 - Dion Art)/뉴스펭귄

숲 지키는
청딱따구리의 위기

몸길이 30cm의 청딱따구리는 배와 머리는 회색, 등은 푸른색을 띠어 '청딱따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컷은 머리 위쪽에 붉은 털이 돋아나 구분하기 쉽다.

청딱따구리는 숲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나아가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존재이지만, 도심 개발의 위협에 놓여 있다. 딱따구리과 중 청딱따구리는 까막딱따구리 다음으로 몸집이 커 나무에 파내는 구멍도 비교적 큰데, 구멍 속 둥지에 하늘다람쥐, 솔부엉이, 소쩍새 등 다양한 종들이 찾아와 자리 잡는다.

청딱따구리가 숲의 생물다양성을 유독 증진하는 셈이다. 이렇게 건강해진 숲은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흡수해 결국 딱따구리는 기후위기까지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딱따구리의 서식지는 지름 30cm 이상 오래된 나무가 있는 숲이다. 재개발 등을 이유로 서울 내 오래된 숲을 훼손하면 딱따구리는 집을 잃는다. 딱따구리가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생물이 번식할 공간도 사라져 숲의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준다.

서울시 "다른 딱따구리 보호가
청딱따구리 보호로 이어져"

서울시가 보호 야생생물 재지정을 앞두고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청딱따구리 출현 횟수는 27회로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와 똑같이 기록됐다. 출현 지점은 182곳으로 오색딱따구리(235곳)와 쇠딱따구리(230곳)보다 적은 곳에서 발견했다. 청딱따구리가 다른 딱따구리보다 더 많이 출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출현 지점은 적었던 것.

서울시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오색딱따구리와 큰오색딱따구리를 보호하면 이들과 유사한 둥지를 이용하는 청딱따구리도 보상 효과로 함께 보호할 수 있다는 전문가 자문이 있었다"면서 "기존 산림성 조류 위주였던 목록에서 겨울철새나 물새를 추가해 다양한 서식지를 보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은 포획, 채취, 방사, 이식, 보관, 훼손, 고사하면 안 된다. 야생생물을 잡거나 고사하기 위해 화약류나 덫, 올무, 그물, 함정 등을 설치하는 행위, 유독물·농약을 살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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