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장마가 끝나고 '모기의 계절'이 왔다. 올해는 설상가상 모기 매개 질병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기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다는 기술이 매스컴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가시고 불필요한 생명체로 여겨지는 모기, 정말 다 사라져도 괜찮을까.
지난달 서울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6월 18일 질병관리청은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서울 내 13개 구를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말라리아는 강원 등 휴전선 근처와 경기 북부에서 주로 발생해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서울 도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모두 387명으로 집계됐고, 17.3%에 해당하는 67명이 서울에서 감염됐다.
우려스러운 모기 매개 질병은 말라리리아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에서 매개 모기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를 발견, 주의를 당부했다.
모기 매개 질병이 유행하는 이유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이른 폭염과 도시 열섬 현상 등 이상기후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향후 모기 매개 질병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은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 유충의 성장 시간이 빨라지고, 모기의 천적인 잠자리 등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모기의 개체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역사적으로 모기는 인간 사회에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2022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2억4700만명, 이로 인한 사망자는 61만9000명으로 이중 76%가 5세 미만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황열병, 일본뇌염 등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매년 100만여명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 박멸과 관련 기술은 항상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특히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모기 유전자 변형 기술이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수컷 모기를 잡아 유전자 조작 기술로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이 유전자 변형 모기(GMO 모기)를 야생에 풀면 이후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태어난 유충들 중 암컷들은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해 성충이 되기 전 모두 죽는다. 결국 야생에는 전부 수컷 모기들만 남게 돼 균형이 무너지면서 모기 군집이 붕괴되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이 유전자 기술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암컷 모기가 무려 96% 줄어들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방사능, 박테리아균 등을 이용해 모기의 생식 능력을 없애는 연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사람들은 모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세상을 꿈꾸며 모기를 박멸하는 기술의 개발을 반긴다. 그런데 정말 모기가 완전히 사라져도 괜찮을까.
모기를 박멸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두고 생태학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비록 일부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종이라 하더라도, 특정 종 하나를 완전히 말살하는 것은 생태계를 심각히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기들은 전 지구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몸집이 작은 포유류와 어류, 양서류, 수생곤충 등이 모기 유충을 주식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모기 유충이 사라진다면 수많은 생물들이 먹이를 잃고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모기는 또한 벌과 같이 수많은 식물의 꽃가루를 퍼트리는 수분자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특히 벌이 수분할 수 없는 크기가 작은 꽃에 있어서 모기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모기가 사라진다면 이로 인해 생태계에 벌어지는 연쇄 작용이 어디까지 퍼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심한 경우 여러 종의 멸종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생태 전문가들은 모기를 박멸하는 대신, 늘어나는 모기의 수를 통제하고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모든 모기가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에 약 3500종의 모기 중 인간을 무는 모기는 불과 10여 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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