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에 흐르는 하천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문산천.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경기도 북부에 흐르는 하천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문산천.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경기도 북부에는 문산천, 공릉천, 창릉천 등 여러 하천이 흐른다. 이 하천들을 둘러싼 생태계 속에서 어류, 조류, 파충류, 포유류를 아우르는 수많은 동물들이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다.

땅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은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지만, 물 속에 사는 동물들을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이들의 이름도, 모양새도 낯설게 느껴지기만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물속 생태계는 쉽게 오해되고, 뒷전이 돼버리고 만다.

하천은 수많은 생명이 의지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면서도, 홍수 방지, 하천 정비 등을 명목으로 지금도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준설 공사 등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 생태계다.

우리 주변에 자리한 하천들에 어떤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영리 시민단체 공릉천친구들의 어류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약 한 시간 동안 문산천에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 17종의 민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었다.

비영리 시민단체 공릉천친구들이 문산천에서 어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비영리 시민단체 공릉천친구들이 문산천에서 어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납지리, 가시납지리, 납자루

납자루.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이름부터 낯선 이들은 납자루아과의 민물고기들이다. 납자루아과는 민물 조개에 산란하는 특징이 있다. 모니터링을 진행한 하천의 바닥이 모래로 이뤄져 있어 실제로 참재첩, 말조개, 펄조개, 다슬기 등 조개류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을에서 산란해서 조개 몸 속에서 알, 치어 상태로 월동을 하는데, 손바닥만한 크기까지 크는 말조개, 펄조개 등에 산란할 가능성이 높다.

참붕어, 붕어, 각시붕어

참붕어.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붕어는 납작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참붕어의 경우 몸통이 가는 것이 특징이다. 각시붕어는 민물 조개에 산란하는 납자루아과 어류로, 우리나라 고유종이면서도 생김새가 예쁜 탓에 관상용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누치, 모래무지, 버들매치

버들매치.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버들매치.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최대 60cm까지 크기도 하는 잉어과 민물고기 누치는 주로 큰 강에 서식한다. 이날 문산천에서 발견된 누치는 하천과 연결된 임진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모래무지와 버들매치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모래무지는 모래 속에 살고 버들매치는 뻘 바닥에서 주로 생활한다. 모래무지의 주둥이는 뾰족하고 버들매치의 주둥이는 비교적 뭉툭한데, 굳이 모래 속에 파고들지 않는 습성 때문이다. 버들매치는 산란할 때 수컷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구덩이를 파서 산란을 한다.

민물두줄망둑, 민물검정망둑, 풀망둑, 밀어

민물두줄망둑.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민물두줄망둑.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흔히 망둥어로 불리는 망둑엇과 어류들은 바닥에 붙어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다른 물살이들은 등지느러미가 하나밖에 없는데, 망둥엇과는 등지느러미가 두 개다. 바다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민물에서도 많이 관찰된다.

보통 물살이와 달리 이들은 배지느러미가 없고 대신 흡판이라는 기관이 있어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때, 바닥에 딱 달라붙어서 가슴 지느러미를 이용해 조금씩 올라간다.

민물두줄망둑은 이름 그대로 민물에 살고, 몸통에 두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 밀물이 오가는 곳에서 주로 발견되는 물고기다.

피라미, 대륙송사리

피라미.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피라미.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제공)/뉴스펭귄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민물고기들이 피라미, 송사리로 뭉뚱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피라미는 다 크면 손바닥보다 커지기도 한다.

피라미는 물살이 센 곳에 살다보니 물밖으로 점프를 잘한다. 해질녘 즈음에는 날파리를 잡아먹기 위해 수면에서 점프를 하는 피라미를 종종 볼 수 있다.

잉어

잉어는 붕어와 달리 수염이 있다. 잉어는 다 크면 1m 가까이도 크는데, 알을 낳을 때 수십 만개를 낳고 방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대부분의 알과 치어가 잡아먹히고 1%도 안되는 개체가 살아남아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인근 공릉천.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문산천 하류로 내려가면 뱀장어와 서울시 보호종인 강주걱양태와 꺽정이도 살고 있다. 멀지 않은 파주시 비룡대교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인 꾸구리, 눌노천에선 임진강 본류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관찰되기도 한다.

성 소장은 “문산천은 종다양성이 정말 풍부한 하천으로, 많이 관찰될 때는 30종까지도 관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개인 기록을 통해 올라와있는 임진강, 문산천, 눌노천, 공릉천, 창릉천 등 경기 북부 하천 지역 어종은 약 65종이다.

성 소장은 우리나라 민물고기를 이해하려면 지형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소장은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경사가 급하고 하천의 물살이 빠른데, 물이 흐르면서 돌과 부딪혀 여울이 생기고 산소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빠르게 흐르는 물에 적응해 살면서 산소에 민감해진 민물고기들이 많은데, 댐이나 보를 만들어 유속이 느려지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 소장은 “육상 생태계의 식생은 비교적 잘 알려져있지만, 어류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절대적인 연구자수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공릉천과 창릉천, 문산천에는 다양한 파충류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공릉천친구들 관계자는 “10년 전 문산천에서 조사를 진행했을 때 구렁이를 많이 볼 수 있었고, 주변에 참나무가 있으면 살모사도 많이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현재 창릉천이 흐르는 지역에는 3기 신도시 계획이 세워졌고, 정부는 창릉천을 마치 청계천처럼 사람들이 이용하는 친수 하천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창릉천 물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수변부 식생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자연 하천으로서의 기능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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