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민물고기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세종시를 찾았다. (사진 이동재)/뉴스펭귄
금강 민물고기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세종시를 찾았다. (사진 이동재)/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세종시 금강 한 줄기에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산다. 낯선 이름을 가진 이들은 멸종위기 민물고기다. 우리나라를 휘감는 여러 강 중에 딱 두 군데서만 볼 수 있다. 이 두 종은 서로 매우 닮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겉모습만 보고 구별하기 어려운데 관심을 갖고 꼼꼼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왜 멸종위기에 놓였을까? 서울환경연합에서 진행한 금강 민물고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세종시에 다녀왔다.

세종보에서 물이 흘러오는 위쪽 방향으로 9~10km 정도 떨어진 곳. 금강과 제1지류인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 부근에 차를 대고 자리를 잡았다. 평소에는 듣기 힘든 뻐꾸기 소리가 반갑게 외지인들을 맞았다.

서울에서 늘 보던 인간의 손이 많이 닿은 인위적인 느낌의 강과 달리 모래도 많고 자갈도 많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된 강의 색다른 모습에 신기해하며 가슴장화를 올려 입었다.

이날 물속에 발을 담그고 모니터링을 하는 와중에 반가운 두 멸종위기 민물고기를 만났다. 바로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다. 두 민물고기가 같이 서식하는 곳은 전국을 통틀어 단 두 곳뿐이란다. 부여와 청양 사이에 있는 지천과, 금강과 미호강이 합류하는 합강, 바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곳이다.

금강과 제1지류인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 부근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금강과 제1지류인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 부근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합강 일대는 서울에서 늘 보던 인간의 손이 많이 닿은 인위적인 느낌의 강과 달리 모래도, 자갈도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합강 일대는 서울에서 늘 보던 인간의 손이 많이 닿은 인위적인 느낌의 강과 달리 모래도, 자갈도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황갈색의 긴 체형을 가진 두 민물고기는 모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한국 고유종이다. 흰 수염의 민물고기라는 뜻의 흰수마자는 몸길이가 6~10cm, 금강 일대에서만 관찰되는 미호종개는 7~12cm까지 자란다.

두 민물고기는 일반인이 언뜻 봐서는 구별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두 민물고기와는 달리 전국의 많은 강과 하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민물고기 모래무지까지 끼어들면 일은 더 복잡해진다. 서울 중랑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래무지도 역시 갈색빛을 띄는 기다란 몸을 가졌다.

성체로 자랐을 때 크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든 물고기가 성체는 아니니 크기로만 식별하는 것 역시 정확할 수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다르다. 프로그램을 지도한 전문가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질긴 가르침 끝에 처음엔 다 똑같아 보이던 물고기들이 점차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민물고기 모래무지.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민물고기 모래무지.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먼저 모래무지는 주둥이가 뾰족하다. 그래서 위에서 보면 꼭 악어를 닮았다. 모래무지의 주둥이는 먹이활동과 관련이 있다. 잡식인 모래무지는 모래를 빨아들여 그 속에 있는 먹이는 삼키고 아가미로 모래를 뱉어낸다.

멸종위기 민물고기 흰수마자.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멸종위기 민물고기 흰수마자.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흰수마자는 주둥이가 모래무지처럼 뾰족하지 않고 조금 둥근 형태다. 흰수마자는 먹이를 먹을 때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쏙 먹이만 흡입하는데 주로 수서곤충(물에 사는 곤충)을 먹는다. 빛의 양에 따라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눈도 특징이다.

멸종위기 민물고기 미호종개.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멸종위기 민물고기 미호종개.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미호종개는 두 민물고기보다 몸통이 더 가늘고 길다. 등에 있는 무늬 모양도 조금 다르다. 두 민물고기처럼 가로 줄무늬가 아니라 표범처럼 점박이 무늬가 있다. 또한 눈 밑에 가시가 있다. 모래를 파고들 때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천적에게 잡혔을 때 공격하고 도망가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다.

수염의 가닥 수도 세 민물고기를 구별하는 중요한 차이다. 모래무지는 두 가닥, 흰수마자는 여덟 가닥, 미호종개는 여섯 가닥의 수염이 나 있다.

멸종위기인 두 민물고기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모두 강이나 하천 바닥의 모래를 파고들어 생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모래 알갱이의 크기, 수위, 유속 등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미호종개는 모래 입자가 더 작으며 물살이 완만하게 흐르는 얕은 물가에서 산다. 흰수마자는 그보다는 모래 크기도 크고, 유속도 빠르며 수심도 조금 더 깊은 곳을 좋아한다.

실제로 똑같은 강이었지만 바닥의 모래가 조금 더 부드럽게 밟히는 얕은 물가에서는 미호종개를, 무릎 높이 이상으로 수위가 올라오고 물살이 약간 있는 곳에서는 흰수마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모두 강이나 하천 바닥의 모래를 파고들어 생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모래 알갱이의 크기, 수위, 유속 등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프로그램을 이끈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대표에 따르면 강 바닥에 뻘이나 진흙 같은 이물질이 있으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같은 멸종위기 민물고기를 관찰하기가 힘들단다. 그만큼 서식 환경이 까다롭고 예민하다는 뜻이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2017년에 세종보를 개방하고 강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다시 이 강에 서식하기 시작했어요. 재작년과 작년 멸종위기 미호종개를 복원하기 위해 총 4000마리의 미호종개를 번식시켜 이곳에 풀어줬는데, 다시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멸종위기 복원지를 파괴하는 꼴이 되지 않겠어요?”

환경부는 그동안 개방돼 있던 세종보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원래 이달 중으로 공사를 마치고 보를 재가동할 예정이었던 만큼, 공사는 막바지 단계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세종보를 가동하면 유속이 정체돼 수질이 악화될 뿐 아니라, 수위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모래, 자갈 등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많은 생물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단체들은 환경부의 세종보 담수 추진에 항의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펭귄>은 세종보를 둘러싼 환경단체의 주장을 앞으로 한번 더 보도할 예정이다.

세종보 가물막이 공사 현장.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세종보 가물막이 공사 현장. (사진 이동재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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