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지구상 100마리에 불과한 뿔제비갈매기가 3년 연속 육산도를 찾아 눈길을 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뿔제비갈매기 7마리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전라남도 영광군 육산도를 찾는다고 7일 밝혔다.
뿔제비갈매기는 전세계적으로 생존 개체수가 1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 바닷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도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그중 7마리가 번식을 위해 최근 3년간 국내 특정도서인 육산도를 해마다 찾고 있다.
육산도는 칠산도로 불리는 전남 영광군의 무인도 7곳 중 6번째 섬이자 특정도서다. 특정도서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거나 지형적·경관적 가치와 식생이 우수한 도서를 대상으로 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보호지역을 말한다.
육산도는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이 확인되면서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번식지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과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이 섬을 찾는 뿔제비갈매기 7마리 중 수컷 2마리는 2016년 육산도에서 짝짓기 경험이 있는 성체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바닷새 번식연령이 약 4살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수컷들은 최소 12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는 한 암컷에게서 독특한 현상도 최초로 확인됐다. 2016년부터 6년간 함께 짝짓기했던 수컷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의 다른 수컷 1마리와 짝짓기를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갈매기, 제비갈매기 등 대부분의 바닷새는 한번 짝이 맺어지면 상대를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처럼 이례적인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환경부 박소영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생태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특정도서 등 국가보호지역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안정적인 번식지 역할을 하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곳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생태원은 육산도에서 뿔제비갈매기가 처음 발견된 2016년부터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오고 있다. 그때부터 올해까지 육산도를 한 번이라도 찾아온 성조 개체는 총 9마리다. 수컷 3마리, 암컷 3마리, 성별 구분이 파악되지 않은 개체 3마리다.
한편 뿔제비갈매기는 대부분 중국 동쪽 해안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월동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1937년부터 2000년까지 63년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다가 2000년 중국의 한 섬에서 4쌍이 재발견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세계 50마리 미만이었던 뿔제비갈매기는 이후 중국의 적극적인 복원사업으로 개체수가 꾸준히 늘었다. 그 결과 최근 생존개체는 100여마리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뿔제비갈매기의 국내 번식지는 왜 중요할까.
그간 중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이 바닷새는 주로 인간에 의한 불법 알 채취, 태풍,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 알 발생단계에서 폐사 등으로 번식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육산도와 같은 국내 무인도는 특정도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출입이 통제되므로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방해가 최소화되고 보호받을 수 있다. 또 뿔제비갈매기 번식 시기가 4월부터 6월 사이므로 태풍에 의한 피해나 교잡 위험도 없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측에 따르면 한국 번식지는 중국 남동쪽 해안의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발견됐던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가 북쪽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멸종에 직면한 종 보전 차원에서 국내 번식지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졌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은 뿔제비갈매기 보전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생태자료를 확보하고, 서식지 이용과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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