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이달 1일부터 일반 차량의 통행을 다시 제한한 연세로에 지난 6일 찾아갔다. 버스가 지나가거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을 때는 주로 도로가 '텅' 비어 있었다. 간혹 일반 차량이 통행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도로와 달리 통행하는 차량 자체가 적었다.
연세로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500m 거리다. 2014년 서울 최초로 보행자·대중교통전용 공간으로 지정됐다. 주중에는 대중교통만 통행할 수 있으며 주말에는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는 '차 없는 거리'였다.
그러나 '차 없는 거리'는 상권 침체에 따른 인근 상인들의 민원, 우회 차량의 골목 통행으로 주민들의 보행 안전과 소음 등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결국 서대문구는 8년 만인 지난해 10월 '차 없는 거리' 운영을 중단했다. 서대문구는 일부 상인들이 작성한 탄원서를 바탕으로 서울시 측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교통, 환경,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차 없는 거리는 구(區)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시(市)에서 담당한다.
당초 서울시는 6개월간 시범운영 후 9월 말까지 향후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0월 1일부터 다시 일반 차량 통행을 금지하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내년 6월에 최종적으로 운영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서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17%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해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기조에도 맞지 않으며, 충분한 검증과 합의 없는 결정은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권의 번성과 쇠퇴에는 코로나19와 같은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연세로는 대학생들도 이용하는 곳인데 상권 매출 수치만을 고려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섣불리 해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분석한 서울신용보증재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4분기 신촌역 상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하지만 다른 대학상권 매출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매출 증가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효과인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따른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지난 시범운영 기간에 서울시와 함께 교통·상권을 분석하면서 우리는 모든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기존에 버스가 다녔기 때문에 일반 차량이 들어서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차 없는 거리 부활 여부에 대해 묻자 "따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환경연합은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되돌아간 지난 1일 환영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기후위기 시대에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하고,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추가 지정 등 적극적인 보행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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