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규탄 기자회견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뉴스펭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규탄 기자회견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저는 서대문구 주민인 57세 아줌마입니다. 얼마 전 연세로를 지나다가 학생들이 '차 없는 거리' 해제 반대서명을 해달라고 말해서 그날 처음 이곳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신중하게 도입했던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8년 넘게 사는 한 주민이 지난 9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어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다"며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했던 연세로에 다시 차가 다닌다니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3년 1월 20일부터 9월 말까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일반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 일시정지 추진 계획'을 4일 발표했다. 이로써 '차 없는 거리'였던 연세로에 9년 만에 다시 차가 통행한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연세로 '차 없는 거리'는 연세대에서 신촌오거리까지 뻗은 500m 구간으로, 서울시는 2014년 1월 이곳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아 차량통행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정 이후 주중에는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진입만 허용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주말에는 모든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왔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버스킹을 비롯한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서대문구가 상권 활성화와 교통불편 해소를 근거로 2022년 10월부터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하면서 주말에도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4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시는 승용차를 포함한 일반 차량도 연세로를 통행하도록 9개월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임시해제한다. 이번에도 상권 부활과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서다.

손솔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서대문구가 연세로와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연세로에 차량이 통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함' 등을 문항에서 계속 언급하며 내용 자체로 연세로 해제를 종용하고 있다"며 "차 없는 거리 해제 반대 서명 2300여개를 구청에 제출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기오염을 줄이고, 교통량을 조절하는 등의 교통정책"이라며 "교통정책으로 상권문제를 푸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규탄 기자회견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뉴스펭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시정지 규탄 기자회견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뉴스펭귄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이번 (대중교통전용지구) 임시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서의 후퇴"라며 "전 세계적으로 차 없는 거리가 확대되고, 서울시 차원에서 차 없는 거리를 신청받는 와중에 있는 것마저 없애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목적은 상권 활성화가 아니라 보행환경 개선과 대중교통 이용 증진이라고 설명한 최화영 활동가는 "임시해제 기간에 차가 많아지면 '이렇게 많이 다니는데 (그동안) 못 다녀서 상권이 침체됐다'고 해석하고, 차가 없으면 '차가 없어서 상권이 침체했으니 해제해야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꾸준히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인 토론회에서 주민·상인들은 "연세로가 막히니 옆 골목길로 통행하는 차량이 늘면서 보행안전이 악화하는 한편, 차량이 연세로 안으로 들어올 수 없으니 매출이 감소한다"며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주장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당시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당시 (사진 서울시)/뉴스펭귄

반면 대학생과 환경단체는 연세로 내 차량통행으로 문화공간이 줄어들고 보행친화정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유지를 주장했다. 토론회에서의 첨예한 대립 끝에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9개월간 해제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해제 필요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구간이 짧은 연세로를 막는다고 사람들이 차량을 덜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제 기간에도 지금처럼 왕복 2차로와 보도 폭 8m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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