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차 없는 거리’ 종료 '졸속' 추진 중단하라"

  • 최나영 기자
  • 2022.10.11 17:59

서대문구, 시민 의견수렴 끝나기도 전에 시행... 시민·환경단체 반발

11일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서대문구의 '차 없는 거리' 해제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1일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서대문구의 '차 없는 거리' 해제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2022년 10월9일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 운영 종료’

11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청이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종료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었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기간은 이날까지였다. 이날 현수막 앞에서 ‘차 없는 거리’ 해제 결정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손솔 연세로 공론장 대표는 의견 수렴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걸린 현수막을 보며 “졸속 행정”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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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9일부터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

서대문구의 신촌 연세로 ‘주말 차 없는 거리’ 해제 결정을 둘러싸고 구청과 시민‧환경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대문구는 신촌오거리에서 연세대 앞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를 지난 9일 오후 10시부로 종료했다. ‘차량의 접근성을 개선해 상권을 회복하고 지역상인, 주민, 보행자 모두를 위한 연세로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차 없는 거리’가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적용돼왔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이달 14일 오후 2시부터 해제될 예정이다.

서대문구는 2014년부터 연세로를 주중에는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진입만 허용하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주말에는 대중교통의 통행도 제한하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왔다. 이번 ‘차 없는 거리’ 해제로 연세로는 365일 전일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의 통행이 가능하게 됐다.

서대문구청은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도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는 아직 서울시와의 최종 조율 과정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연세로를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도 해제하면 연세로는 365일 전일 일반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시민‧환경단체 “졸속 행정” 비판
“시민 의견 충분히 반영 안 해”

서대문구의 ‘차 없는 거리’ 해제 결정에 시민‧환경단체들은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제를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인근 대학 학생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감축 △보행자 안전 보장 △문화 활성화 등을 이유로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따른 행정예고 (자료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서울시 서대문구의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따른 행정예고 (자료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단체들은 ‘졸속 행정’의 증거로 행정예고 절차를 제시했다. 서대문구는 지난달 20일 ‘10월9일 오후 10시부터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공고문에는 ‘행정예고 사항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공고 기간(9월20일~10월11일) 내에 의견서를 서대문구청에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기간인 10월11일이 끝나기도 전인 10월9일부터 시행을 하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서대문구는 아직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 끝나기 전부터 신촌 연세로 거리에 ‘10월9일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운영 종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걸고 있었다. 손 대표는 “의견서를 받는 기간이 오늘(11일)까지인데 ‘9일부터 이미 시행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만 봐도 서대문구가 이를 졸속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서대문구가 얼마나 시민 의견을 편파적으로 듣겠다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서대문구청 “시민이 낸 의견 영향력 없어…
더이상 시민 수렴 절차 계획도 없어”

단체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토론회 등의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손 대표는 “신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차 없는 거리’ 해제 추진 소식을 접하고 토론회나 공청회와 같이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추진하기 위해 ‘연세로 공론장’이라는 시민모임을 만들었다”며 “그런데 구청이 차 없는 거리 해제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방적으로 추진해 버려 이런 절차는 거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청은 올해 7월 민선 8기 출범 이후부터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와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대문구는 8년 동안 운영된 ‘차 없는 거리’를 3개월 만에 해제하기 위해 형식적인 설문조사와 주민설명회를 한 차례씩 진행했을 뿐”이라며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신촌 상권이 침체됐다는 충분한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해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서대문구 주민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단체들의 입장에 대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행정예고한 것에 대해 무슨 의견이 있는지는 알아야 하니 의견을 내라고 한 것일 뿐, 시민들이 행정예고 기간에 낸 의견이 해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환경단체들은 최근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충분한 주장을 했고 우리는 그에 대한 검토도 했지만 그들의 주장을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차 없는 거리’와 관련해서) 향후 공청회나 토론회 등의 계획은 없고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에서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주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지난달 주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보행친화도시’ 추진한다던 서울시는 ‘수수방관’

시민‧환경단체들은 서대문구의 연세로 차량 통행 추진 행보와 관련해 서울시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2년 발표한 ‘보행친화도시’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서울시가 서대문구의 요청으로 지정한 것이고, ‘차 없는 거리’는 그 이후 같은 해에 서대문구가 추가로 자체 운영한 것”이라며 “‘차 없는 거리’ 해제는 구청 소관이라 우리가 ‘하라, 하지 마라’라고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와 관련해서는 "도시교통정비 촉진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시장이 지정‧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관련해서는 서대문구청에서 요청은 받았고 내용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우리 과는 시민들의 보행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는 ‘차 없는 거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서대문구의 연세로 ‘차 없는 거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은 못 하고, 보행자 편의에 신경을 써 달라는 얘기 정도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도입될 때 ‘차 없는 거리’가 사실상 같이 도입된 것인 만큼, 서울시에서도 서대문구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논의를 좀 하자’고 입장을 내려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민‧환경단체, 시민 2000여명의 ‘해제 반대’ 의견 제출
서대문구 “제출한 시민 의견, 해제 결정에 영향 안 미쳐…
3개월 시범 운영 뒤 수정 가능성은 있어”

한편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날 서대문구에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종료와 대중교통 전용지구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시민 2392명의 의견을 전달했다. 서대문구는 해당 시민 의견이 ‘차 없는 거리’ 해제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3주도 채 안 되는 행정예고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며 “시민들은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유지되길 원하는데 서대문구는 모르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처음 추진할 때 1만 명 넘는 시민들이 이를 찬성한다고 서명한 자료를 받았다”며 “시민들의 이번 의견 제출이 해제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다만 ‘차 없는 거리’는 3개월 정도 시범 운영 기간을 가지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점검해서 결과를 보고 다시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모습.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풍경.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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