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 추진 논란… 기후위기 대응 역행하나

  • 최나영 기자
  • 2022.08.29 18:14

환경단체‧학생들 “기후위기 시대에 차량 이용 부추기나” 비판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2016년 서울시 신촌 연세로 풍경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2016년 서울시 신촌 연세로 풍경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청이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추진하면서 주변 대학 학생들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대문구청은 인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연세로의 일반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와 인근 대학 학생들은 상권 침체의 원인이 차량 통행 제한 때문인지 근거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비판하고 있다.

 

서대문구, ‘연세로 일반차량 통행 허용' 추진 중

연세로는 신촌오거리에서 연세대까지 뻗어있는 약 500m 길이의 도로로, 서울시가 2014년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많은 유동인구에 비해 차량통행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대문구가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서울시에 요청해 서울시가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정 이후 승용차를 포함한 일반차량의 통행은 금지하고,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진입만 허용했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도 폭을 최대 8m까지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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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대중교통의 통행도 제한했다. 이에 이곳에서는 야외 공연을 비롯한 여러 문화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연세로는 서울 내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서울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버스킹(야외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서울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주말에 버스킹(야외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그런데 서대문구청은 지난달 민선 8기 출범 이후부터 연세로의 일반 차량 통행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청장 인수위원회가 지난 6월 말께 상권 활성화와 교통체증 완화를 이유로 연세로의 차량통행을 전면 허용할 것을 건의하고, 이성헌 현재 서대문구청장이 이를 공약화하면서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연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이를 위해 주민과 연세로 이용 학생‧상인‧직장인을 비롯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연세로 인근) 상인 1800명 가량이 구청과 서울시를 비롯한 유관 기관에 탄원서를 보냈다”며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해제돼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보…
상권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없어”

하지만 서대문구의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 폐지 추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기후위기 대응에는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20%는 수송부문에서 발생한다”며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 20%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배출량 저감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는 서울시가 2012년 발표한 ‘보행친화도시’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보행친화도시' 발표 당시 서울시는 “부지불식 자동차에 중독돼 있던 도시 체질을 천천히 바꾸고자 한다”며 “시민 모두가 걸어서 해결하고 걷는 데서 해답을 찾는 ‘보행친화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18년 서을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버스킹을 하는 모습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2018년 서을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버스킹을 하는 모습 (사진 서울 서대문구청)/뉴스펭귄

서대문구청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 추진 이유로 상권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 상권 침체의 원인이 차량통행 제한 때문인지에 대한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시가 2014년 8월 공개한 자료에는 ‘2014년 초 연세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조성한 이후 신촌에 있는 점포를 찾는 시민은 전년에 비교해 28.9% 늘어났고, 매출건수는 10.6%, 매출액은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환경연합은 “도입 당시에도 연세로를 통과하는 차량의 80%는 단순 통과차량으로 밝혀졌다”며 “일반 차량 통행을 허용한다고 해도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정말 대중교통전용지구 때문인지 원인을 분석해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근 대학 학생 82%, ‘차 없는 거리’ 폐지 반대…
‘보행자 안전 악화‧교통체증 발생‧지역 정체성 상실’ 우려

인근 대학 학생들 사이에선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 사업이 폐지되면 보행자 안전 악화, 교통체증 발생, 학교문화와 지역 정체성 상실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를 비롯한 인근 대학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된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은 이 같은 우려를 전하며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동행동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3개 대학 학생 다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에 크게 반대한다”며 “3개 대학 학생 26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1.6%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연세대에서는 조사에 응한 1338명 중 82.6%가, 서강대에서는 644명 중 89%가, 이화여대에서는 707명 중 73.4%가 반대했다.

 

‘차 없는 거리’ 해제가 신촌 상권에 미치는 영향 묻자…
서대문구청 “구체적인 통계치 우리도 모른다”

이들의 비판에 서대문구청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상권 활성화에 얼마나 미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인정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신촌 상권이 쇠퇴했다는 자료는 있다”며 “상권이 쇠퇴된 데엔 코로나를 비롯해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서대문구는 ‘차 없는 거리’ 폐지가 탄소 배출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구간만의 차는 없을 수 있지만 차들이 우회를 해서 지나다니지 않나”라며 “때문에 교통 총량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고, 더 돌아서 가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하면 거기에 따르는 배기가스도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일반 차량 통행을 허용하는 것은 결국 차량 이용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서대문구가 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도로가 늘어나면 자동차 총량이 늘면 늘어났지 줄어든진 않는다"며 “기후위기 시대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많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운영하기는커녕 있는 것 마저 없애려는 행태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서울환경연합)/뉴스펭귄
서울환경연합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서울환경연합)/뉴스펭귄

‘보행친화도시’ 발표했던 서울시는 ‘모르쇠’
환경단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아닌 확대해야”

‘보행친화도시’ 비전을 발표했던 서울시는 서대문구의 이 같은 행보에 밝힐 만한 의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주체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서대문구에서 연세로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제 해제가 필요하다고 검토를 하는 것 같다”며 “검토 이후 (서대문구가 요청을 하면) 서울시가 최종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아직 공식적으로 서대문구로부터 (해제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대문구에서 서울시로 어떤 언급을 하면 우리도 같이 검토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서울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활동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이미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 놓은 인근 대학생들의 의견은 못 본 척 하는 서대문구의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고 시장이 직접 지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며 “행정에 의해 오락가락하기 쉬운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 지정에 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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