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100만톤클럽-시멘트④] 시멘트업계, 기후대응 질문에 '입꾹닫'

  • 임병선 기자
  • 2023.06.14 04:00

연간 온실가스 100만~1000만톤 배출하는 '기후악당'
기후대응 노력 묻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묵묵부답 '무책임'
국제시멘트콘크리트협회, 정보공개의 투명성 강조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연간 온실가스를 100만톤~1000만톤 이상 배출,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시멘트회사들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입을 꾹 닫았다. 기후위기의 피해당사자인 국민들에게 충실하게 관련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이나 무책임한 자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온실가스 100만톤클럽에 속하는 기업들의 기후대응노력(기후행동)을 평가하는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에 따르면 7개 시멘트회사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 노력을 투입하는지 등을 설문 형식으로 물었으나 단 한 곳도 답변하지 않았다. 기업 기후행동 프로젝트팀은  <뉴스펭귄>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 지속가능발전학회 등이 공동으로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팀은 시멘트 회사들이 공개한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토대로 개별 회사들의 기후행동을 평가하려 했으나, 지속가능보고서만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속가능보고서만 분석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경영활동이나 투자와, 다른 환경 관련 활동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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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팀이 1차적으로 분석한 개별 시멘트 회사들의 자료는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 보고서 등이다. 시멘트 회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국제사회나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매년 이런 보고서를 통해 자신들이 수행한 환경 경영 관련 활동을 공개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하지만 시멘트 회사들의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이 어느 정도 실질적 노력을 수행했는지 척도가 되는 ‘비용’ 항목에 있어서 공개 여부 또는 공개방식이 기업마다 사업마다 모두 달랐다.

이에 <뉴스펭귄>은 지난 4월11일 개별 설문지를 분석대상 시멘트 회사 7곳에 보냈다. 쌍용씨앤이,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이다.

설문지는 8개~15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시멘트 회사들은 단 1곳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들 시멘트 회사가 모두 속해 있는 한국시멘트협회를 통해서도 재차 설문을 보냈으나 답변은 받아볼 수 없었다.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설문지는 기업의 기후행동을 평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멘트 회사들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지 않은 내용을 묻는 질문 위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한일현대시멘트는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2021년에 공정개선을 실행해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뉴스펭귄>이 한일현대시멘트에 보낸 설문지에는 그 구체적 내용을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다. 문항 5번 '귀사에서 2021년도에 실행한 공정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를 통해서 물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또 시멘트 업종 공통 질문은 시멘트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새로운 노력을 묻기 위해 설계됐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동기를 물었고, 현장에서 느끼는 시멘트 업종이 온실가스 절감이 되지 않는 이유에 순위를 매기는 질문이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기업이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은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가에 크게 의존한다. 탄소중립 계획 면에서 가장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는 국제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는 투명성을 기업의 온실가스나 환경 문제 관련 모니터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로 본다.

GCCA는 지난해 2월 새롭게 펴낸 ‘GCCA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 가이드라인’을 통해 투명성을 “깨끗한 감사를 기반으로 모든 관련 문제를 사실적이고 일관되게 제시하라. 관계된 어떤 가정도 공개하고 적절한 참조를 만들라”고 권고하고 있다. GCCA 회원사가 되면 협회 측이 제시하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야 한다. 한국 시멘트 기업 중 GCCA 회원사는 없으며, 한국시멘트협회가 제휴를 맺고 있다.

<뉴스펭귄> 김기정 편집인은 "시멘트 제조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할 뿐 아니라 공장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업종인데, 기후위기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극히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노력을 기울이는지, 관련 예산을 얼마나 투입하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세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프로젝트팀은 시멘트업종에 이어 석유화학ㆍ정유업종의 기후행동 지수를 평가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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