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뉴스펭귄>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지속가능발전학회, 국토환경연구원 등과 함께 '기업 기후행동 지수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지난 2월 온실가스 100만톤클럽을 선정한 이후 시멘트 업계의 기후행동 현황 평가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의 기후행동 정도를 비교 평가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다. 이후 석유화학 업종을 비롯, 각 업종을 대상으로 기업 별 기후행동 평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100만톤클럽 기업들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해 평가 프레임을 개발했으며, 이번 시멘트 업종 평가에 시범 적용했다. 평가 프레임은 5개 지표로 구성됐고, 각 지표마다 다른 중요도를 반영하기 위해 가중치를 설정했다.

프로젝트팀은 가중치를 반영해 각 항목별 점수를 매겼고, 이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했다. 

기업의 기후행동 평가하는 5개 지표

첫 번째 지표는 책임성으로, 평가 기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같은 업종 대상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일수록 책임성 점수는 낮게 책정한다. 

예를 들어 시멘트 업종 기업 중 쌍용씨앤이는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0만 톤을 조금 넘는다. 시멘트 업종 중 가장 배출량이 높아 책임성 점수는 0점을 받았다.

두 번째 지표는 효과성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효과가 있는지 나타낸다. 정부의 탄소 감축 기준 연도인 2018년을 기점으로 기업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를 점수에 반영했다. 평가 대상에 해당하는 특정 업종기업 중 감축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최고점수 100점, 가장 낮은 기업은 0점이 적용된다.

이번 시멘트 업종 분석에서는, 2018년 대비 2021년 온실가스 배출 감축율이 11.48%인 한일시멘트는 100점,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8.57% 늘어난 한일현대시멘트는 0점이다.

세 번째 지표는 적극성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정했는지, 또 목표가 2050 탄소중립 경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2050 탄소중립 경로는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매년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적극성 또한 5가지 세부 평가 내용이 반영됐다. 5개 내용은 △2030년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2050년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5년 이내 단기 목표가 있는지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절감 목표가 정부가 설정한 40% 감축에 부합하는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는지 여부다.  

네 번째 지표는 투명성이다. 투명성은 기업이 온실가스 관련 정보를 얼마나 충실하게 공개하는지를 나타낸다. 투명성은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요소라는 합의가 이뤄졌다. UNFCCC는 투명성에 대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향한 전 세계적 진전도를 제공한다"며 "전 세계 평가에 통합적 진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기후행동 지수에서는 투명성을 평가할 때 총 다섯 가지 내용을 반영했다. 다섯 가지 내용은 △발간 여부 △발간 주기 △최종 발간 시점 △기업의 직접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1·2 공개 여부 △간접 배출을 나타내는 스코프3 공개 여부다.

투명성 면에서 평가 시 총 5점으로 계산된다. 만약 특정 기업이 2018년부터 2021년 동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비롯한 ESG보고서 등 유사 보고서를 발간했다면 발간 여부 1점이 부여된다. 이런 보고서를 매년 정기적으로 발간했을 때 발간주기 1점이 부여되며, 최근 2년 내 발간한 기업은 최종발간시점 1점을 얻는다. 보고서에 스코프1·2 배출량을 공개했을 때 1점, 스코프3 공개 시 1점이 부여된다.

다섯 번째 목표는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기업이 계속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의 최종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집약도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시멘트 기업의 경우 각 기업은 시멘트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 배출량 비중이 평가되고 효율성 점수에 반영된다. 즉 효율성은 동일한 양의 시멘트를 생산하거나 에너지를 썼을 때 어떤 기업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나타낸 지표다. 다만 효율성 지표는 업종마다 기준이 되는 제품이 달라 생산량 분석 시 기준이 될 최종 제품 선정이 별도로 이뤄질 예정이다.

 

모든 지표가 똑같이 중요하지 않아
지표 별 가중치 설정은 어떻게 했나

특정 기업의 기후행동 현황을 평가할 때 다섯 가지 지표는 각자 다른 정도의 중요도를 갖는다. 기후행동 지수에서는 이를 ‘가중치’로 반영했다. 이는 어떤 지표가 점수 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산해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가중치 반영에는 '계층화 의사결정법(AHP)'이 활용됐다. AHP란 연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는 복잡한 문제를 평가할 때 여러 전문가가 참여해 문제를 체계화하는 기법이다.

프로젝트팀이 수행한 기후행동 지수의 가중치 설문에는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전문가 총 54인이 참여했다. 수행된 설문 결과, 책임성이 26.5%로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효과성이 24%만큼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뒤를 이어 적극성이 20.3%, 투명성이 14.9%, 효율성이 14.3%로 나타났다. 지수에서는 이를 단순화해 만점 기준 책임성 25점, 효과성 25점, 적극성 20점, 투명성 15점, 효율성 15점으로 계산했다.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또 설문 대상 전문가 중 96.3%는 5개 지표가 기업의 기후행동을 평가하는 데 적합하다고 답해 지수의 타당성을 일부 확보했다. 설문은 지속가능발전학회를 통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 분야 전문가만 대상으로 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은 "이제까지 개발한 평가지표는 여러 차례의 시범적용을 통해 국내 기업 기후행동을 평가의 적용가능성, 적절성 등을 판단하고 보완사항을 도출할 것"이라며 "시범적용은 시멘트 업종에 이어 국내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큰 정유 및 석유화학, 철강 업종 등을 중점으로 업종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