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사진 GCC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사진 GCC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뉴스펭귄>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 지속가능발전학회가 구성한 '기업 기후행동 지수 프로젝트팀'은 한국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 추진 현황을 분석하고 해외 시멘트업계와 비교했다. 해외 동종업계와 비교한 결과, 한국 시멘트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멘트협회, 생산부터 소비까지 세부적인 감축전략과 실행시기 제시

해외 시멘트협회 중에서도 유럽연합시멘트협회(CEMBREAU)와 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세부적인 감축전략과 전략별 실행시기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유럽연합시멘트협회는 2020년 5월 ‘2050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고,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이 협회는 ‘5C’로 표현되는 가치사슬별 감축전략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5C란 클링커(Clinker), 시멘트(Cement), 콘크리트(Concrete), 건설(Construction), 재탄산화(Re-carbona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시멘트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선해야 하는 부분을 나타낸다.   

5C를 이해하려면 시멘트가 생산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크게 ① 석회석 공정, ② 원료 공정, ③ 소성 공정, ④ 시멘트 분쇄 공정으로 구분된다. 석회석 공정은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을 광산에서 캐고, 옮기기 쉽게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는 과정이다. 원료 공정에서는 석회석에 혈암과 규암 등 부원료를 넣고 분말상태로 분쇄한다. 이후 소성 공정에서 원료를 소성로(Kiln)에 투입해 고온에서 소성하는 과정을 거쳐 클링커를 생산한다. 시멘트 분쇄 공정에서는 클링커에 석고를 넣고 분말상태로 분쇄해 제품으로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시멘트는 주로 콘크리트로 가공된 후 건설자재로 쓰인다.

시멘트 제조공정. (사진 한라시멘트 제조공정 자료 부분 수정)/뉴스펭귄
시멘트 제조공정. (사진 한라시멘트 제조공정 자료 부분 수정)/뉴스펭귄

유럽연합시멘트협회의 5C 전략은 시멘트 제조 후 콘크리트 제조 및 건설까지 포함한다. 이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클링커'는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소성 공정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소성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제조공정 배출량의 6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하기 위해 화석연료가 다량 투입되고, 석회석을 가열해 산화칼슘만 남기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협회는 석회석을 철강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나 화력발전소 부산물인 플라이애쉬(Fly Ash)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폐기물과 바이오매스, 수소 등 대체연료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둘째, ‘시멘트’는 시멘트 분쇄 공정에서 고로슬래그와 플라이애쉬 등 혼합재를 넣어 클링커 비율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전기로 분쇄하고, 전기차 등 저탄소 차량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협회는 철강산업과 화석연료산업의 부산물이 줄어들 것까지 고려해, 천연 포졸란(Pozzolan)과 실리카(Silica) 등을 혼합재로 쓰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셋째, ‘콘크리트’는 시멘트 제품을 골재와 혼합해 콘크리트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비율을 최소화하고, 콘크리트를 저탄소 차량으로 운반하는 방안이다.

넷째, ‘건설’은 건설 과정에서 정밀한 시공으로 콘크리트 사용을 줄이고, 신축 건물을 지을 때 기존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재사용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재탄산화’는 건물 완공 후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 일부를 흡수하는 과정을 말한다. 협회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시멘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시멘트협회(CEMBREAU)의 5C 감축전략. (그래픽 김지현 기자)/뉴스펭귄
유럽연합시멘트협회(CEMBREAU)의 5C 감축전략. (그래픽 김지현 기자)/뉴스펭귄

국제시멘트-콘크리트협회도 2021년 10월 5C 전략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클링커 제조공정 혁신과 저탄소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사용, 정밀 시공,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이하 CCUS)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 주요 시멘트제조사 41곳이 이 협회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의 5C 전략별 목표감축량. (그래픽 GCC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글로벌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의 5C 전략별 목표감축량. (그래픽 GCCA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국내 시멘트업계의 부실한 탄소중립 추진 전략

반면 한국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 추진 계획은 해외 시멘트업계에 비해 부실한 편이다. 국내 시멘트제조사 9곳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시멘트협회는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동참하고 있을 뿐, 협회 차원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또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시멘트제조사에 속하는 국내 시멘트제조사 6곳(성신양회, 쌍용 C&E, 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중 어느 곳도 국제시멘트-콘크리트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내 시멘트제조사가 개별적으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탄소감축 방안도 체계적이지 않다. 해외 시멘트업계는 5C라는 세분화된 감축전략과 단계별 실행 시기를 정한 것에 비해, 한국 시멘트제조사는 ‘연료전환’과 ‘원료전환’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위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부 전략별 실행 시기도 모호하다.

정부는 2021년 10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달성 방안으로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대체원료(폐합성수지 60%, 바이오매스와 연동한 수소열원 40%)로 대체하는 방안과 석회석 원료를 고로슬래그와 플라이애쉬 등 산업부산물로 12% 이상 대체하고 제조공정 중에 투입되는 혼합재 비율을 20%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국내 시멘트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해외 동종업계에 비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 시멘트산업이 내수 중심 산업이라서 국외 배출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된다. 산업연구원이 2022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시멘트 총 생산량에서 수출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이런 사업 특성상 국내 시멘트제조사는 국내 건축업이 선호하는 포틀랜드시멘트를 주로 생산하며, 혼합시멘트 및 특수시멘트 생산량은 20% 미만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연구원은 포틀랜드시멘트 중심의 제품생산이 국내 시멘트제조사의 신제품 개발 동기를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 시멘트제조사들이 에테르시멘트와 칼슘알루미네이트시멘트 등 포틀랜드시멘트보다 탄소배출량이 최대 30% 적은 신제품을 상용화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치사슬 전반 포괄하는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유럽연합시멘트협회의 5C 전략처럼 시멘트 생산부터 건축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감축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인 김진만 공주대학교 교수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시멘트제조업 단독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시멘트제조사가 콘크리트제조사에 친환경 시멘트를 제공하면, 콘크리트제조사가 그 시멘트로 친환경 콘크리트를 만들고, 건설사가 그 콘크리트를 건설 자재로 쓸 수 있도록 여러 산업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제조사가 친환경 시멘트를 생산하더라도, 국내 콘크리트제조업과 건설업의 시멘트 수요가 친환경 시멘트 위주로 바뀌지 않으면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만 교수는 “건설분야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변화가 느리다. 많은 기술개발 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친환경 시멘트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하루 빨리 상용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이 산업부라는 특정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환경부와 국토부도 협력하는 다부처 사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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