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과 회색곰이 만나 '피즐리'를 낳은 게 슬픈 이유는

  • 이후림 기자
  • 2021.04.15 13:56
북극곰과 회색곰의 혼합종 피즐리곰 (사진 'Technorites'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기후위기와 지구가열화가 없던 종도 만들어낸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속적인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여파로 북극곰과 회색곰이 섞인 잡종 곰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와 알래스카, 러시아 등 북극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은 서식지가 감소함에 따라 내륙으로 후퇴하고 있는 반면 북미와 유럽, 아시아 북부에 서식하는 회색곰은 지구가열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북쪽인 알래스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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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나게 된 북극곰과 회색곰이 짝짓기를 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이 빠른 피즐리(Pizzly)곰 혹은 그롤라(Grolar)곰이 탄생한다고 알려졌다.

북극곰 IUCN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북극곰은 '취약'(VU, Vulnerable) 단계로 분류되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기후위기는 이들의 서식지를 이동시키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밴더빌트대학교 고생물학자 라리사드산티(Larisa DeSanti)는 데일리메일에 "북극곰과 회색곰 사이 태어난 잡종은 변화무쌍한 기후에 더욱 잘 견디며 특히 따뜻한 기후에 서식하기 적합한 개체"라고 설명했다.

북극곰과 회색곰의 두개골을 비교한 자료 (사진 'Desaints' 연구소)/뉴스펭귄

라리사드산티 연구팀은 북극곰과 회색곰의 하악과 두개골을 비교해 이들 특징의 조합이 따뜻해진 기후에 더욱 잘 적응하는 잡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곰의 어금니는 회색곰보다 작지만 송곳니는 더 크며 물개나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데 적합한 길쭉한 두개골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이들은 물에서 올라오는 물개와 바다표범을 사냥하기 특화된 하악 및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다. 

길쭉한 두개골은 북극곰이 해양동물의 말랑한 지방이 아닌 단단한 음식을 먹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이들이 지구가열화 등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먹이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잡식성인 회색곰은 기후가열화로 자원이 제한적일 때도 덩이줄기와 같은 딱딱한 식물을 먹는 데 더욱 쉽게 적응한다.

북극곰과 회색곰의 혼합종 피즐리곰 (사진 'The Zoologicals'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이에 과학자들은 비극적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이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색곰과의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피즐리곰과 그롤라곰의 출현일 수 있다는 슬픈 예측을 내놓았다.

북극곰보호단체 '북극곰 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은 "북극은 지구 전체보다 두 배나 빠른 가열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추세에 따르면 북극곰이 북극의 빠른 변화 속도에 의해 80년 이내 멸종될 것"이라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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