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흥행실패...그런 날이 올까요?"

  • 유호연 인턴기자
  • 2024.03.12 16:04

TEDxSeoul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 포럼이 제기한 물음

​현장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보드. "어느 순간, 느닷없이, 새의 콧구멍을 보고 새에게 반했어요",  "작년에 북극을 다녀왔어요" 등의 소개가 쓰여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현장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보드. "어느 순간, 느닷없이, 새의 콧구멍을 보고 새에게 반했어요", "작년에 북극을 다녀왔어요" 등의 소개가 쓰여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유호연 인턴기자] "기후위기 이야기가 너무 흥행하지 않길 바랍니다",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제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의 나쁜 결과물을 막으려면 생태전환이 중요합니다"

TEDxSeoul 포럼이 열린 지난 8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저.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초청받은 패널 등 40여명이 귀를 쫑긋 세우고 연사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었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Our shared planet)'.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구민정 KBS PD, 최윤희 UNICEF 파트너십 담당관 등 3명이 연사로 나섰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스페셜 패널로 함께 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KBS 예능 '지구 위 블랙박스'를 연출한 구민정 PD.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KBS 예능 '지구 위 블랙박스'를 연출한 구민정 PD.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지난해 KBS 50주년 대기획 예능프로그램 '지구 위 블랙박스'를 연출한 구민정 PD는 기후위기에 대해 "모두가 중요하다고 공감은 하지만 정작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PD는 "사람들이 사각형 건물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기후위기의 위협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다.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난방을 틀면 된다"면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이어 '지구 위 블랙박스' 중 아이돌 세븐틴 멤버 호시가 서울에서 벌인 퍼포먼스 사례를 소개했다. 광화문의 화려한 불빛이 하나씩 꺼지다 암흑으로 끝나며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퍼포먼스였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냐는 시청자의 비판도 있었다. 구 PD는 "호시의 퍼포먼스는 과장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현실"이라고 말했다. 2022년 대한민국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G20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구PD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후위기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가 너무 흥행하지 않길 바란다. 흥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가 위험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석좌교수.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최재천 석좌교수.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 사태의 배후에는 기후위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원래 박쥐들은 압도적으로 열대정글에 산다. 그런데 온대지방 기온이 올라가면서 박쥐들이 온대지방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며 "이는 박쥐와 호모사피엔스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인 온화한 지역에 박쥐들이 온다는 것은 인간과 접촉할 확률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확률적으로 이런 일은 자꾸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거 인류역사에는 중요한 문화적 전환과 언어적 전환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우리에게 남은 건 생태적 전환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 교수가 저서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마지막 선택>에서 역설한 내용이기도 하다.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제대로 정립하느냐가 앞으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는 것. 

UNICEF 최윤희 담당관은 '기후위기의 차별성'을 국제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UNICEF 최윤희 담당관은 '기후위기의 차별성'을 국제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UNICEF 뉴욕본부 최윤희 담당관은 자신을 "하늘 색깔을 탁하게 바꾸고 지구온도를 높이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라고 위트있게 소개했다. 이어 "여러분도 이 슈퍼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담당관은 기후위기가 "인권과 평등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특히 여성과 아동, 난민과 장애인 등 사회 각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노리는 위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담당관은 호스트로 참여했던 '기후현실프로젝트'에서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와 대화한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앨 고어가 "우리는 아마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제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지식 대담. 왼쪽부터 제임스 후퍼 지구환경과학박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최재천 교수, 구민정 PD, 최윤희 담당관.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지식 대담. 왼쪽부터 제임스 후퍼 지구환경과학박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최재천 교수, 구민정 PD, 최윤희 담당관.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토크 후에는 지식대담이 이어졌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함께 대담했다.

크룩스 대사는 북한에서 영국대사로 있었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강원도 홍수를 목격했다. 북한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신앙문제로 여겨진다"며 북한이 기후위기에 대한 "탄력성(복원성)"이 없다고 말했다.

생태학에서 탄력성은 자연환경이나 생태계에서 오염 등 변화가 나타났을 때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최재천 교수는 해결방안에 대한 질문에 "정치가 빨리 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정치를 하려면 기후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는 분들은 탈락시켜야 한다"며 정치권에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했다.

강연 전 네트워킹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기후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강연 전 네트워킹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기후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취약점을 묻는 질문에 구민정 PD는 "유행과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해서 눈치를 많이 본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 방면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기후위기와 성평등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최윤희 담당관은 "(환경 캠페인에서) 환경운동가들 중 여성이면서 자리에 우선적으로 초대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며 환경문제에 있어서 여성에게 발언권을 더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관우 작가. 포럼에는 환경에 관심 있는 40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진관우 작가. 포럼에는 환경에 관심 있는 40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행사에 참가한 진관우 작가는 "포럼을 통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기후위기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며 "행사에 참여한 분들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공감해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길 바란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한글로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진 작가로 현재까지 5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다.

추대엽 TEDxSeoul 총괄 큐레이터는 "기후위기를 주목해야 하는 사회이슈로 생각해 계속 다루고자 한다"며 TEDxSeoul의 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강조했다.

추대엽 TEDxSeoul 총괄 큐레이터.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추대엽 TEDxSeoul 총괄 큐레이터.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