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 만나다①] '뿌리와 새싹' 회원들과 나눈 이야기

  • 조은비 기자
  • 2023.07.10 17:12
'뿌리와 새싹 DMZ 생태평화 선언'에 참가한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뿌리와 새싹 DMZ 생태평화 선언'에 참가한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세계적인 동물학자 구달(Jane Goodall) 박사와 '뿌리와 새싹' 한국지부 회원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뿌리와 새싹은 1991년 탄자니아에서 구달 박사를 만난 16명의 청소년을 시작으로 시작된 풀뿌리 환경운동 모임이다. 전세계 곳곳에 있는 수십만 명의 청소년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8일 파주 장산전망대에서는 '뿌리와 새싹 DMZ 생태평화 선언'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뿌리와 새싹 12팀은 팀별로 각각 5분 동안 구달 박사를 대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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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일생을 바친 89세의 박사와 뿌리와 새싹 회원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이날 나비와 벌이 드나드는 천막 아래서 오고 갔던 문답 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비와 벌이 드나드는 천막 아래에서 문답이 오갔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나비와 벌이 드나드는 천막 아래에서 문답이 오갔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구달 박사의 답변에는 '뿌리와 새싹'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Q.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A. "뿌리와 새싹을 시작한 것. 지금 수백~수천 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이 자라나고 있는 걸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Q.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가?

A. "'왜 우리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는가' 이걸 연구하고 싶다. 여러분을 포함해서 이 세상 지구에서 뿌리와 새싹 운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답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이 세상은 넓고 크지만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잇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달라. 매일 여러분이 살면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좋게 만드는 것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

여러분 같은 그룹이 세계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여러분 같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들이 언제나 웃으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Q.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린이와 달리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어렵다.

A. "어른들은 결국 아이들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에게만 집중을 해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으니 아이들을 통해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Q. 아름다운 바다를 많이 보고 싶고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지금도 죽어가는 고래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기도 해서 고민이 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A.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뿌리와 새싹 회원들이 많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왼쪽부터 통역을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통역을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Q.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들을 하고 있지만, 회사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때 '기후우울'을 느낀다.

A. "거기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Q. 환경을 생각하면 에어컨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지만, 더위를 참기가 너무 힘들다.

A. "어떤 지역에서는 문에 젖은 시트를 걸어서 바람이 들어올 때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게 한다. 미국 같은 곳에 가면 에어컨을 너무 세게 켜서 꺼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다. 너무 더울 때 잠깐 틀어도 되지만, 가능하다면 창문을 열면 되는데 너무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다. 천장에 달 수 있는 실링팬도 도움이 된다."

 

Q. 이미 인간중심적으로 개발된 도시에서도 야생동물과 공존을 꿈꿀 수 있을까?

A. "지능과 지성은 다르다. 지성을 사용해야 한다. 인간중심적 사고보다 생물중심적 사고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의 코에 벌이 들어가면 힘든데 이건 사람들이 잘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며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Q.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동물은?

A. "하이애나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이다.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하이애나처럼 재미있는 동물은 없다."

 

Q. 침팬지가 사람보다 굉장히 강하고 무서운데 가까이 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A. "(침팬지가) 돼지나 이런 건 잡아먹어도, 다 큰 제인구달 박사를 잡아먹지는 않는다. (웃음)"

뿌리와 새싹 회원에게 선물로 받은 부채를 들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뿌리와 새싹 회원에게 선물로 받은 부채를 들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끈기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재차 강조됐다.

Q. 선의나 직관에 의존하는 분들에게 간혹 과학자들의 통찰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떻게 괴리를 풀어나가고 대화를 해나가야 할까?

A.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게 따로 설득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은 사람이 있다. 계속 설명하되 평화적인 방법으로, 폭력을 쓰지 말고 해야 한다."

 

Q. 환경 문제에 경각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A. "이에 관련해서 계속 설명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폭력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닥터구리팀을 만난 최재천 교수와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닥터구리팀을 만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제인 구달 박사.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침팬지와 최근 신종으로 발견된 노랑배청개구리의 울음소리로 첫 인사를 건낸 닥터구리팀은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구달 박사는 닥터구리팀에게 '올바른 침팬지 울음소리'를 직접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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