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안에 기린이?' 신박한 멸종위기종 연구법

  • 이수연 기자
  • 2024.02.07 17:34
거미줄. (사진 Johns Hopkins University)/뉴스펭귄
거미줄. (사진 Johns Hopkins University)/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끈끈한 거미줄에 붙은 DNA를 분석해 생물을 조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멸종위기종처럼 쉽게 관찰하기 어려운 종을 연구하는 데 거미줄이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호주 커틴대 분자생명과학대학원 연구진은 "거미줄을 활용해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의 환경DNA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국제 과학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환경DNA란 토양, 물, 공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간접적으로 채취한 생물의 DNA를 말한다. 생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유전자를 분석해 연구하는 방법이다. 이젠 거미줄을 통해서도 환경DNA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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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거미줄이 먹이를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원리를 떠올렸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환경DNA가 거미줄에 달라붙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거미줄 분석에 나선 것.

그 결과, 연구진은 호주 산림과 동물원에 있는 거미줄 49개에서 척추동물 93종의 환경DNA를 발견했다. 기린과 코뿔소는 물론 야행성인 붓꼬리파스코갈레 등 다양한 종이 파악됐다. 척추동물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등뼈가 있는 동물을 말한다.

거미줄에서 환경DNA를 채취하는 방법. (사진 논문 'Spider webs capture environmental DNA from terrestrial vertebrates')/뉴스펭귄
거미줄에서 환경DNA를 채취하는 방법. (사진 논문 'Spider webs capture environmental DNA from terrestrial vertebrates')/뉴스펭귄

또 거미줄을 통해 붉은여우, 곰쥐 등 외래종도 확인했다. 겉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외래종은 환경DNA 분석으로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거미줄에는 생물을 식별할 때 필요한 미량의 DNA만 있기 때문에,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포획하지 않고도 조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해선 개체수 파악 등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커틴대 모르텐 알렌토프트 교수는 "과학자들은 야생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주로 관찰에 의존하지만, 이 연구는 거미줄이 생물다양성을 조사하는 탁월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슈아 뉴턴 수석 저자는 "거미줄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비밀의 도구"라며 "생물을 방해하지 않고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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