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한국의 숲생태학자 이야기

  • 이후림 기자
  • 2024.01.28 00:05
(그래픽 본사DB,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삶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상상, 모두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여기 상상을 현실로 살아낸 생태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한 가족의 주부로 식탁을 책임졌고, 이타주의자인 아내의 삶이 지속하기를 꿈꿨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아이가 자라는 데 숲이, 그리고 마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숲의 생태를 알고 사랑했던 그는 숲을 동경했습니다. 저출산, 일자리, 양극화,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부딪힌 과제의 답을 숲에서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한국의 숲 활동가이자 한 가족의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우리의 생태자리(니체)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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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이 책의 저자 김우성 작가는 생태학자였습니다. 전국의 산꼭대기에 살아남은 '분비나무'의 생태를 추적했고 말레이시아 열대림과 러시아 한대림, 북극의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와 숲 연구에 참여했죠. 아내 한새롬 박사 역시 생태학자로 열대림에서 탄소의 이동과 기후변화가 식물에 주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생태학자 부부는 아이 '산들이'가 숲 가까이에서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인구밀도가 낮은 소도시로 내려가 숲의 문제를 마주하고 싶었던 거죠. 부부는 학자로서 삶을 멈추고, 자신들의 '니체(Niche)'를 찾아 울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니체'란 생물이 먹이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 온도, 빛, 수분 등으로 생물이 있어야 하는 '생태자리'를 뜻합니다. 이 가족은 숲, 강, 바다가 있는 지방도시 울산에서 생태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가 자라려면 숲이 필요해


(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육아는 엄마가, 주방은 아빠가 맡았습니다. 아이 산들이는 미식가죠. 아빠 주부가 식재료를 하나씩 넣고 빼면서 아이의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며 이유식을 조리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비건 레시피를 마련하고, 손님용 메밀 막국수도 준비합니다. 오일장이 열리는 전통시장까지 걸어가 지역 채소들을 구입해 음식을 만들죠. 가난한 주방에서 바쁜 아빠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태주부가 됐습니다. 산들이는 나무에 오르기를 좋아합니다. 산들이는 낙엽에 폭 싸여서, 비 내리는 웅덩이에서, 민들레 씨앗을 불며, 마음에 드는 꽃과 풀을 컵에 담으며, 나뭇가지와 돌과 흙으로 집을 지으며 놀았습니다. 논에 가서 볏짚에 누었고, 백합나무 이파리로 인형을 만들고, 토끼풀로 반지를 선물했죠. 아이는 엄마, 아빠의 취향과 습관, 장내 미생물까지 물려받으며 숲 가까이에서 자랐습니다.

 

 

큰 나무 아래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


(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사진 플래닛03 제공)/뉴스펭귄

부부는 아이가 큰 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부부는 울주군의 소호분교에 있는 500년이 넘은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반했죠. 수시로 산골 소호마을을 찾았습니다. 산골 폐교를 마을 학교로 키운 전직교사, 산촌유학과 휴양 등 산림자원을 활용한 창업을 지원하는 그루매니저 할배, 나무 공방의 목수 삼촌, 귀촌한 청년 여성들의 멘토인 시골 언니들과 어울렸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은 솎아베기한 나무로 미끄럼틀, 정글짐,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소호마을의 나무공방에서는 나무 반지, 화분, 조명, 카누가 만들어졌습니다. 나무는 곧 낭만이 됐죠. 이렇게 나무와 숲은 마을 사람들 삶의 울타리가 됐고, 마을 사람들은 아이 마음의 울타리가 돼 주었습니다. 아이는 자연에서 온 탄소를 예쁘게 쓰고 천천히 돌려주는 방법을 알아가며 성장했습니다.

 

 

'숲'에서 답을 찾다


숲은 수많은 생물체들의 갈등으로 복잡합니다. 이런 생태계 갈등을 연구해 온 생태학자에게 사회문제들이 빚는 대립과 갈등은 낯설지 않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숲과 지구의 문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숲 가까이로 향했던 자신의 선택과 삶이 청년들의 결혼, 출산, 육아에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청년이 없으면 숲과 자연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죠. 오늘은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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