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는 플라스틱병이 '백설공주 독사과'보다 무섭다
소라게는 플라스틱병이 '백설공주 독사과'보다 무섭다
  • 남주원 기자
  • 승인 2020.03.23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이하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쓰레기로 죽은 소라게들(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매년 소라게 50만 마리 이상이 플라스틱 오염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유해물질학술지(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도양 코코스 제도와 남태평양 헨더슨 섬에서 매년 약 57만 마리 소라게가 플라스틱 병에 갇혀 죽는다.

호주 태즈매니아대학교 해양·남극연구소 소속 제니퍼 래버스(Jennifer Lavers) 해양생태학자가 이끈 연구팀은 두 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소라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코코스 제도에서는 소라게 약 50만8000마리, 헨더슨 섬에서는 약 6만1000마리가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플라스틱병 하나에 526마리 소라게 사체가 들어있기도 했다.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자연사박물관 수석큐레이터 알렉산더 본드(Alexander Bond) 박사는 "자기만의 껍데기가 없는 소라게는 다른 게가 죽어서 부패해 화학적 신호를 방출하면 빈 껍데기가 있다는 의미라 다른 게들이 몰려든다"며 "이는 그들이 갇혀 죽은 플라스틱병으로 더 많은 게를 불러들이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소라게는 자라면서 점점 더 큰 껍데기를 필요로 한다. 껍데기 없이 지내는 소라게들은 새로운 껍데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큰 소라게가 새로운 껍데기를 찾으러 원래 사용하던 껍데기를 버리면 몸집이 좀 더 작은 소라게가 그 껍데기를 이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소라게들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병을 빈 껍데기로 착각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생물들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생물들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소라게는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이루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사진 'Pixabay')/뉴스펭귄
소라게는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이루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사진 'Pixabay')/뉴스펭귄

연구팀은 소라게가 죽는 이유를 플라스틱병 안에 들어간 소라게들이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소라게는 뚜껑을 통해 병 내부로 들어갈 수 있지만, 병이 비스듬하게 놓여 뚜껑이 위쪽을 향하게 되면서 막상 다시 기어 나오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연구팀은 알렸다.

제니퍼 래버스 수석저자는 "소라게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종자를 분산시키며 이물질을 제거하는 존재"라며 "그들은 해양생태계의 핵심으로 건강한 열대환경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며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악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분노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