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은 황폐한 땅, 이 동물 똥으로 살렸다

  • 이수연 기자
  • 2024.01.28 00:05
빙하가 녹고 있는 안데스산맥의 라마. (사진 'Llamas enhance proglacial ecosystem development in Cordillera Blanca, Peru' 보고서  캡처)/뉴스펭귄
빙하가 녹고 있는 안데스산맥의 라마. (사진 'Llamas enhance proglacial ecosystem development in Cordillera Blanca, Peru' 보고서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라마 똥은 빙하가 녹은 척박한 땅에 식물이 자라도록 돕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 빙하의 70%를 차지하는 페루 안데스산맥은 지난 50년간 빙하 표면의 51%를 손실했다. 지구가열화로 빙하가 녹으면 수천 년 동안 덮여 있던 토양이 드러나는데, 바위 덩어리 위주인 이 땅은 영양소가 없고 비옥해지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또 바위에 있는 중금속이 아래로 흘러 수질을 오염시키고, 초목 하나 없는 땅은 홍수와 산사태 위험을 높인다. 

이에 텍사스대 연구진은 2019년부터 지난 3년간 페루 코르디예라 블랑카에서 라마를 돌보는 농부들과 협력해 실험을 진행했다. 라마가 다니는 4개 구역과 이동을 통제한 4개 구역 토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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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라마를 풀어놓은 4개 구역에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질소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라마 똥에 질소 등 영양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토양을 덮어 보호하는 식물인 덮개작물이 57% 증가했고 전에 없던 새로운 씨앗 4종이 발견됐다.

게다가 라마 똥에서 발견한 씨앗 12종 중 5종은 여전히 발아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라마 똥에서 발아한 식물 씨앗. (사진 'Llamas enhance proglacial ecosystem development in Cordillera Blanca, Peru' 보고서  캡처)/뉴스펭귄

이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저지대에서 식물을 섭취한 라마가 고지대에 올라가 똥을 싸면서 씨앗이 섞여 나왔기 때문이다. 라마 똥으로 비옥해진 땅에서 식물 씨앗이 뿌리내리는 원리다. 라마의 털과 발굽에 묻은 씨앗이 이동 중에 자연스럽게 퍼지기도 한다.

라마는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 고산지대부터 열대까지 생존할 수 있다. 굴곡이 심한 지형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안데스산맥에서 대표적인 가축으로 길러진다.

연구에 참여한 티머시 비치 지리학자는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아래 매장된 광물을 캐내려고 토착민의 권리를 빼앗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구는 토착 농부들이 라마를 관리할 때 토양 비옥도와 식물 번식력이 향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 측은 "이 지역에서 키우는 라마는 지구가열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라마 똥이 토양 속 중금속의 농도를 줄이는지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루 코르디예라 블랑카에서 실험에 참여 중인 라마와 농부들. 뒤로는 빙하가 녹은 구역과 녹지 않은 구역이 대비된다. (사진 텍사스대 홈페이지)/뉴스펭귄
페루 코르디예라 블랑카에서 실험에 참여 중인 라마와 농부들. 뒤로는 빙하가 녹은 구역과 녹지 않은 구역이 대비된다. (사진 텍사스대 홈페이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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