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뜨거운 인기…촌으로 유학가는 학생들

  • 남주원 기자
  • 2024.01.10 10:51

강원도 영월군 등에 농촌유학생 2배 이상 늘어
깨끗한 자연환경 다양한 문화체험 등 '장점' 부각

영월에 있는 명승지인 어라연.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사진 영월군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영월에 있는 명승지인 어라연.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사진 영월군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도시에서 농촌으로 떠나는 유학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호캉스 대신 '촌캉스'가 대세인 요즘, 도시에서 시골로 유학을 가는 일이 떠오르고 있다. 

유학(遊學)은 타향에서 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가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최근 도시에서 농촌으로 유학을 떠나는 행위가 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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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지역으로 강원도 영월을 꼽을 수 있다. 영월군이 운영 중인 ‘농촌유학’은 도시 학생과 학부모가 자연친화적 생태교육 환경을 찾아 영월에 유학 또는 정착하는 도시·농촌 교류 프로그램이다.

농촌지역과 이곳 소규모 학교들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영월군은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친 후 올해부터 농촌유학생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영월로 향하는 '농촌유학생'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군에 따르면 올해 농촌유학생 모집 결과 47명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최종 배정된 인원은 총 30명으로 서울에서 15명, 경기 14명, 인천 1명이 영월로 유학생활을 떠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존 농촌유학생 중 연장을 신청한 인원 15명까지 합쳐 총 45명이 농촌유학에 참여한다. 지난해 18명이었던 인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월 옥동초등학교 농촌유학 학부모 최지혜 씨의 체험 수기 속 아이들 모습. 김삿갓면에 자리하는 옥동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영월군정 소식지 '살기좋은 영월' )/뉴스펭귄
영월 옥동초등학교 농촌유학 학부모 최지혜 씨의 체험 수기 속 아이들 모습. 김삿갓면에 자리하는 옥동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영월군정 소식지 '살기좋은 영월' )/뉴스펭귄

농촌유학 A to Z

농촌유학 지원대상은 서울, 경기, 인천 등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유학은 한 학기(6개월) 동안 이뤄지나 희망 시 한 학기 연장할 수 있다. 2024년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유학비용은 어떻게 될까.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농촌유학생 기준 1인당 주거비 월 60만원을 지원한다. 

우선 농촌유학 거주형태에는 △가족체류형 △농가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등 3가지가 있는데, 이중 가족체류형은 가족 전체 또는 일부가 이주해 지자체가 제공하는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가족체류형의 경우 한 가구에 유학생이 2명이면 80만원, 3명이면 100만원, 4명이면 120만원으로 차등 지원한다. 유치원생은 초등학생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가족체류형으로 유학은 가능하지만 지원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 외 농가홈스테이형은 학생이 학교 인근 농가에서 농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며, 유학센터형은 법인격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에서 활동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또래와 함께 생활하는 형태다.

영월 산솔면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인 녹전초등학교. 녹전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영월군정 소식지 '살기좋은 영월' )/뉴스펭귄
영월 산솔면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인 녹전초등학교. 녹전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진 영월군정 소식지 '살기좋은 영월' )/뉴스펭귄

농촌유학 중에서도 영월이 '핫한' 이유

농촌유학의 또 다른 이름은 '강원농어촌유학'이다. 농어촌유학은 지난해 2학기부터 강원특별자치도 내 영월, 홍천, 춘천, 인제, 횡성 등 5개 지역 1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됐다.

올해는 3월 새학기 시작과 함께 9개 지역 17개 학교에서 운영된다. 그중 영월은 녹전초, 옥동초, 마차초, 무릉초, 녹전중 등 총 5개교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춘천·원주·삼척·양양·정선·양구 각각 1곳, 인제 2곳, 홍천 4곳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수다.

영월군은 차별화된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학교별로 교육경비를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지원하고, 거주시설 확보와 학부모 동아리 지원 등 유학생 가족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유학생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풍성한 교육프로그램 제공과 안정적인 거주환경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유학생들이 생태적인 환경 속에서 공부와 자연 모두 얻어갈 수 있도록 마을과 학교, 지자체가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영월의 매력은 지자체 노력과 함께 영월이 지닌 자연 그 자체에 있기도 하다. 영월군정 소식지인 <살기좋은 영월> 1월호에 실린 농촌유학 학부모 체험 수기를 보면 이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녹전초등학교 농촌유학 학부모 윤성구 씨는 "우선 농촌유학지를 처음부터 큰 고민 없이 강원도 영월의 학교로 정했다"며 "동강을 품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대한 기대가 컸고, 학교별로 자세히 소개된 유학 프로그램도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청령포, 장릉, 김삿갓문학관, 선돌, 어라연과 래프팅, 별마로천문대, 동서강정원 연당원, 달빛동물원, 영월교육도서관, 월담작은도서관 등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영월 관광과 나들이도 재미와 보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월 동강.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와 더불어 볼 수 있는 절벽지형은 강의 운치를 더한다. (사진 영월군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영월 동강.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와 더불어 볼 수 있는 절벽지형은 강의 운치를 더한다. (사진 영월군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뜨거운 인기리에 운영 중인 강원농어촌유학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1학기 농어촌유학생 1차 모집 결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전국에서 학생 164명이 신청했으며 이중 90명이 최종 선정됐다. 신규 유학생 외에도 기존 유학생 31명이 연장 신청해 총 121명이 올해 강원도 지역 농촌유학생이 됐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추가 모집까지 고려하면 올해 농촌유학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대 1년간 지원하는 농촌유학이 만료되고 연장 신청을 원할 경우, 중학생 3년 졸업 시까지 군 자체적으로 월 4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경호 교육감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대책은 좋은 교육"이라며 “지자체와 협력하고 아낌없이 지원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과 학교를 만들어 강원도를 누구나 머물며 살고 싶은 지역으로 피워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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