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야생동물 몸 속 '폐낚시도구'

  • 남예진 기자
  • 2023.12.27 09:32
왼쪽은 큰고니. 오른쪽은 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김현태)/뉴스펭귄
왼쪽은 큰고니. 오른쪽은 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김현태)/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내륙에서도 낚시도구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야생동물센터는 큰고니와 삵의 사체 속에서 낚시도구를 발견했다고 지난 21일 공식 SNS에 전했다.

충북야생동물센터는 이달 충북 충주시의 한 낚시터에서 큰고니를, 옥천군에선 덫에 걸린 삵을 구조했지만 두 개체 모두 사망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왼쪽은 큰고니 몸속에서 발견된 낚시추. 오른쪽은 삵의 체내에서 발견된 낚시바늘(2조각).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왼쪽은 큰고니 몸속에서 발견된 낚시추. 오른쪽은 삵의 체내에서 발견된 낚시바늘(2조각).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시행한 결과, 큰고니와 삵의 체내에서 각각 '낚시추'와 '낚싯바늘'이 발견됐다.

낚시추는 대다수 납으로 제작된다. 체내에 납이 축적될 경우 빈혈, 치아 손상,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구조된 큰고니 역시 낚시추를 섭취한 탓에 납중독으로 숨을 거뒀다.

삵의 경우 외상이 많아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위를 뚫고 복막에 얽혀 있던 낚싯바늘이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구조된 물까치. 루어낚시 바늘에 걸린 채 구조됐으며, 하악 구조의 괴사와 소실이 진행돼 있었다.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지난 5월 구조된 물까치. 루어낚시 바늘에 걸린 채 구조됐으며, 하악 구조의 괴사와 소실이 진행돼 있었다. (사진 충북야생동물센터 제공)/뉴스펭귄

충북야생동물센터 관계자는 "미끼가 낚싯바늘에 붙어있거나, 생선 형태의 찌가 연결된 낚싯바늘을 먹이로 착각한 동물들이 낚시도구를 섭취한다. 특히 큰고니 등 오리과 조류는 수초와 작은 생선, 민물새우 등을 먹기 위해 부리로 물가를 휘젓는다. 이때 바닥에 가라앉은 낚시추나 바늘을 먹이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또 "버려진 낚싯줄과 바늘이 날개, 다리, 부리에 걸리거나 묶이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레저낚시 후 무분별하게 버려진 낚시도구가 별상어, 상괭이,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만 해치는 것이 아닌, 내륙지역 생물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충북지역에서 폐낚시도구가 야생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사례는 3건으로 바다를 끼지 않은 내륙지방인만큼 낚시도구에 의한 피해가 적다. 다만 폐낚시도구가 대부분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야생동물이 폐사하거나 회복이 어려워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

충북야생동물센터는 "무분별하게 버려진 낚시용품은 야생동물에게 큰 위협이 된다"며 "쓰레기 처리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편 해양수산부 <2023년 낚시진흥 시행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낚시 인구는 전년도 대비 31만명 증가해 731만명에 달했다. 2024년에는 1012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에서 발표한 '한국 레저낚시 폐기물 현황과 낚시꾼들의 의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레저 낚시꾼 374명 중 30.9%가 '끊어진 낚싯줄을 수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낚시 중 분실한 추를 줍지 않는다'고 답한 설문자는 16.5%다.

미국, 독일 등에선 낚시면허제 도입과 낚시꾼을 대상으로 어획 제한, 윤리교육, 환경 인식 등을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속가능한 어업이 이행되도록 노력 중이다.

이에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서도 국제 흐름에 발맞춰 낚시면허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낚시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