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못 누빈 열두 생명, 멸종위기 상어를 부검하다

  • 임병선 기자
  • 2023.07.28 21:27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차가운 스테인리스 부검대 위에 상어 사체가 툭 놓였다. 어시장에서 흔히 나는 비린 냄새가 났다. 수의사는 해당 상어 종이 별상어라고 설명하고 몸길이를 쟀다. 지난 7월 4일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수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어 사체를 해부하는 부검 실습교육이 이뤄졌다. 

상어 부검 실습교육 현장.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상어 부검 실습교육 현장.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낚시 중에 의도치 않게 잡혀 올라와 죽은 ​별상어는 어시장에서 싼 값에 팔린 뒤 부검교육 교보재로 쓰이게 됐다. 별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 위기(EN, Endagnered)종으로 분류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별상어 배를 가르자 상어가 물속에서 수심을 조절할 때 쓰는 커다란 간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학생들은 이내 간을 잘라 들어내고 위장 등을 차례로 살폈다. 부검대 3개에서는 각각 상어를 부검 중이었다. 교육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가운데 부검대 쪽에서 수의대 학생들의 탄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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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대 위에는 성인 남성 검지손가락 정도 길이의 새끼 상어 12마리가 놓였다. 크기만 작을 뿐이지 눈, 지느러미, 작은 별무늬 등 영락없는 상어의 형태였다.

별상어 부검 중 뱃속에서 나온 12마리 새끼 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별상어 부검 중 뱃속에서 나온 12마리 새끼 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실습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던 서울대 수생생물의학교실 소속 이성빈 수의사는 새끼 상어들의 크기를 봤을 때 곧 태어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미 별상어가 출산 직전 고기잡이에 잡혀 올라와 새끼를 낳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어미 별상어 주둥이 밖으로 바늘이 연결된 낚싯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어미 별상어 입에 걸린 낚싯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별상어 입에 걸린 낚싯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날 실습 현장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국내 상어 연구자를 만날 수 있었다. 

부검교육을 맡은 서울대 수의학과 김상화 수의사는 실습이 끝나고 “상어 학자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현재 상어 연구는 서울대와 부경대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김 수의사는 “직장에서도 두툽상어라는 종을 사육하는데 연구하면서도 굉장히 정이 많이 든다. 그러다가 여기 와서 태어날 뻔한 상어 새끼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까지 상어들이 혹여 멸종됐을 때 추후 복원 가능하도록 상어 정액 동결보존과 인공수정 방안을 연구했다. 상어는 해양생물 중에서도 멸종위기로 다가가는 속도가 매우 빠른 분류군이다.

김 수의사는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야생 상어 중에는 사람들이 전혀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두더라도 개체수가 복원될 수 없다고 논의되는 종들이 굉장히 많다”며 “인간에 의해 생긴 상황이므로, 인위적으로 번식을 도와야만 원상복구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상어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듯, 부검실 안으로 햇빛이 비출 때마다 김상화 수의사의 귀에 걸린 상어 귀걸이가 반짝였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람이 드문 한국 상어 연구계에 연구자 1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 한쪽 부검대에서 상어와 바다거북 부검을 주도했던 서울대 박다솔 수의사는 갓 졸업해 올해 본격적으로 상어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김상화 수의사님이 하던 인공 수조에서 성공한 상어 인공 번식을 발전시켜서 상어가 야생 바다로까지 뻗어나가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다솔 수의사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박다솔 수의사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박다솔 수의사는 “사람들이 상어 개체수를 많이 줄이지 않나. 그래서 10분의 1이라도 개체수를 채워넣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실습은 2023 제주도 국제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의 일환이다. 한국, 호주, 미국 수의대 학생들은 제주도 한림읍에 지난 7월 3일부터 7월 8일까지 6일간 머무르며 해양생물 부검 이론 교육과 실습을 받았다. 별상어, 곱상어, 푸른바다거북, 참돌고래, 상괭이 등 부검 실습이 이뤄졌다.

한 학생은 “해양생물 부검교육이 매년 열리는데 이런 교육을 받을 만한 기회가 없어 경쟁이 꽤 치열하다. 수의학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진로 고민 중 경험을 쌓으려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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