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지구 '이대로는 지속불가능'

  • 남예진 기자
  • 2023.06.02 15:53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과학자들은 환경 지표 8개 중 7개에서 안전 상한선을 넘긴 지구가 중환자와 다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제 과학자 네트워크 '지구위원회(Earth Commission)'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구위원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등에서 발표한 연구를 바탕으로 환경 지표를 정의한 후 생물 종 보존과 인간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8가지 환경지표에 오늘날 지구의 현주소를 나타낸 도표. 빨간선은 안전 상한선으로 그 수치를 벗어나면 지구의 위기가 봉착함을 의미하며, 푸른선은 적정 상한선, 초록색 영역이 적정하고 안정한 영역임을 나타낸다. (사진 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 논문)/뉴스펭귄
8가지 환경지표에 오늘날 지구의 현주소를 나타낸 도표. 빨간선은 안전 상한선으로 그 수치를 벗어나면 지구의 위기가 봉착함을 의미하며, 푸른선은 적정 상한선, 초록색 영역이 적정하고 안정한 영역임을 나타낸다. (사진 Safe and just Earth system boundaries 논문)/뉴스펭귄

환경지표는 △기후 △에어로졸(대기 중 고체·액체 입자) △질소 △인 △지하수 △지표수 △토지이용 △생물다양성 등 총 8가지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지구의 상태를 진단한 결과, 대기 중 에어로졸 수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안전 상한선을 넘겼고 대다수 국가에서 2개 이상의 영역에서 상한선을 넘겨 인구 86%가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지속불가능한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이 지구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식량과 수자원 부족, 영양실조, 만성질환 등의 위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후가 악화된다면 기후재난에 노출되는 인구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가 악화된다면 기후재난에 노출되는 인구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의 경우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지 않았지만, 적정 상한선인 1℃를 초과한 탓에 빙하 붕괴, 영구동토층 해빙 등이 유발되고 있다.

만약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할 경우 2억 명 이상이 기후재난에 노출될 수 있고, 5억 명 이상이 해수면 상승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학자들은 기후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탄소 배출량을 다량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영향을 완화하고 생물 종을 보존하기 위해선 지구상의 50~60%를 자연 상태로 보전해야 하지만 지구상의 45~50%만이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또 농장, 도시, 산업단지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서 수분, 토양 유실 방지 등을 생태계의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최소 20~25%를 공원이나 도심 숲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토지의 3분의 2가량은 이를 충족하지 못해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력 발전소 등에 의한 하천 흐름 방해와 질소와 인이 포함된 비료를 오남용하면서 수질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수력 발전소 등에 의한 하천 흐름 방해와 질소와 인이 포함된 비료를 오남용하면서 수질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또 보고서는 담수 생태계 보호와 수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강과 하천 등 지표수의 흐름을 20% 이상 차단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으나, 이미 수력 발전용 댐 등에 의해 지표수의 흐름이 3분의 1 이상 차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하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지하수를 보존하기 위해선 지하수가 함유된 지층, 즉 대수층에서 물이 보충되는 속도가 고갈되는 속도보다 빨라야 한다.

하지만 전세계 지하수의 47%가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 농경지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 국가에선 질소와 인이 포함된 비료를 남용해, 개발도상국에서는 비료 사용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질소와 인을 적정선보다 2배 이상 사용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수확량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지만, 녹조 발생과 수질오염을 다량 유발하기 때문에 수자원과 수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발전소, 공장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은 아직까진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지금도 큰 위협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자동차, 발전소, 공장에서 배출되는 에어로졸은 아직까진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지금도 큰 위협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끝으로 산업활동과 교통수단을 통해 배출되는 에어로졸은 현재로선 상한선을 넘지 않았지만, 몬순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끼치거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큰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위원회의 공동의장인 조이타 굽타(Joeyeta Gupta) 교수는 "지구를 환자로 본다면 중환자나 다름없다"며 "이는 결국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므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om) 교수는 "지구 순환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큰 전환점에 다가서고 있다"며 "적절한 때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큰 피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비록 암울하고 대응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토지이용 방식 등에 변화를 일으킨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오부라(David Obura) 연구원은 "비록 유엔기후변화협약 등을 통해 지구를 안정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시민들이 육류와 물 소비량을 줄이는 등 소비 습관에 변화를 일으킨다면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