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보다 에너지 안보 우선시한 G7

  • 김지현 기자
  • 2023.05.23 18:30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사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뉴스펭귄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사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이하 G7)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보다 에너지 안보가 우선시됐다. G7 정상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에너지 안보를 위해 당분간 액화천연가스(이하 LNG)와 석탄발전을 지속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가 “너무 뒤쳐졌고 너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방안, ‘비(非)감소 석탄발전 단계적 퇴출’로 축소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7개국 정상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방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정확한 화석연료 퇴출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칠레, 네덜란드, 뉴질랜드를 비롯한 국가들도 19일(이하 현지시간) 공개서한을 보내 “G7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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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히로시마에서 화석연료 퇴출 캠페인을 벌이는 환경단체 활동가들. (사진 Oil Change International 트위터)/뉴스펭귄
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히로시마에서 화석연료 퇴출 캠페인을 벌이는 환경단체 활동가들. (사진 Oil Change International 트위터)/뉴스펭귄

그러나 G7 정상은 단계적 퇴출 대상을 ‘자국 내 비감소 석탄발전(unabated coal power)’으로 한정했고, 정확한 퇴출 시점도 정하지 못했다. 비감소 석탄발전이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설비를 갖추지 않은 석탄발전을 뜻한다.

또 G7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당분간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계속하기로 했다.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LNG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메탄의 톤당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독일과 일본의 입장이 화석연료에 대한 논의를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 보도에서 독일은 LNG를, 일본은 석탄발전을 옹호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기후정책 기조와 화석연료를 옹호하는 동맹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숄츠 독일 총리 트위터)/뉴스펭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숄츠 독일 총리 트위터)/뉴스펭귄

국제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공적금융 전문가인 로리 반 더 버그(Laurie van der Burg)는 20일 여러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문에서 “독일과 일본이 가스 투자를 옹호하면서 재앙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G7은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비판했다.

 

“개발도상국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해야”

전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시점도 논의됐다. G7은 고소득 국가의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기는 대신,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 2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한 고소득 국가의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개발도상국은 2050년까지, 고소득 국가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고소득 국가의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채, 전세계 모든 국가의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통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인터내셔널(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고소득 국가들이 저소득 국가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활동가 리 수오(Li Shuo)는 22일 미국 환경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Climate Home News)를 통해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는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높은 기준을 들이미는 기후정치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 국가 간 연대가 아니라 긴장을 만들어 기후위기 대응을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말뿐인 기후위기 대응?

G7은 20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공동 성명서에서 “전세계 각국이 기후정책 목표와 전략을 1.5℃ 경로에 맞게끔 재조정해야 한다”며, 전세계 각국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8)가 열리기 전에 기후정책을 업데이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COP26에서 이와 유사한 제안에 동의했던 G7 회원국 중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NDC)를 상향 조정한 국가는 영국밖에 없다.

국제기후행동분석기관인 기후행동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G7 중 어느 국가도 1.5℃ 목표에 부응하는 기후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 특히 캐나다의 기후정책은 “매우 부족” 평가를 받았고,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의 기후정책은 “부족”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나타낸 지도. 1.5도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경우엔 녹색으로, 거의 충분한 경우엔 노란색으로, 부족한 경우 주황색으로, 매우 부족한 경우 빨강색으로 표시된다. (사진 Climate Action Tracker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전세계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나타낸 지도. 1.5도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경우엔 녹색으로, 거의 충분한 경우엔 노란색으로, 부족한 경우 주황색으로, 매우 부족한 경우 빨강색으로 표시된다. (사진 Climate Action Tracker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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