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뉴스펭귄 선정 10대 멸종뉴스

  • 임병선 기자
  • 2022.12.28 10:33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2022년 한 해 <뉴스펭귄>은 국내외 멸종위기종의 소식을 바쁘게 전했다. 인간이 만든 기후위기와 구조물 등에 의한 피해부터, 그들을 지키려는 사람들, 또 지킬 방법에 대해 알려왔다.

<뉴스펭귄>은 연말을 맞아 2022년 보도 중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의미와 재미를 모두 갖춘 '10대 멸종뉴스'를 선정해 소개한다. 각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바로 볼 수 있다.

 

1. 모든 걸 삼켜버릴 '버마왕뱀'… 악어마저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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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해 간 가장 많은 <뉴스펭귄> 독자들의 관심을 끈 기사는 '모든 걸 삼켜버릴 버마왕뱀… 악어마저 삼켰다'가 차지했다.

악어를 삼켜버린 버마왕뱀(사진 rosiekmoore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악어를 삼켜버린 버마왕뱀(사진 rosiekmoore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기사에는 버마왕뱀이라는 생물이 악어 모양으로 변형돼 있어 학자들이 해부했고, 위장 속에 악어 1마리가 들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악어를 삼킨 버마왕뱀의 처지를 보면, 야생생물의 수난이 드러난다. 버마왕뱀은 원래 서식지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멸종위기종이지만, 미국에서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으로 꼽힌다. 버마왕뱀이 미국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유기'다.

버마왕뱀 위장 속에서 멀쩡한 상태로 발견된 악어 사체(사진 rosiekmoore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버마왕뱀 위장 속에서 멀쩡한 상태로 발견된 악어 사체(사진 rosiekmoore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2. 척추 부러진 채 5000㎞ 헤엄…혹등고래 '마지막 여행'

처음부터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제는 인간이 이용하는 많은 것이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선박에 치여 척추가 부러진 채 꼬리를 쓰지 못하고 5000km를 이동한 혹등고래가 12월 9일(현지시간) 발견됐다. 전문가는 혹등고래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혹등고래 (사진 BC웨일스)/뉴스펭귄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혹등고래 (사진 BC웨일스)/뉴스펭귄

해당 혹등고래를 모니터링한 비영리 연구기관 BC웨일스(BC Whales)는 "몸통 전체가 이로 뒤덮이기 시작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 살아있지만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해당 개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안락사도 고려했지만 독성물질이 폐사 이후 사체를 섭취할 해양생물을 중독시킬 위험성이 있어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 슈퍼컴, '2100년 여섯 번째 대멸종 발생' 예측

과학자들은 지구상 6차 대멸종이 시작됐거나 혹은 곧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대멸종이란 자원 남용, 토지 이용, 기후위기, 외래종 등 인간에 의해 생물종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최근 한 생물종이 멸종하면, 다른 종 멸종 가능성도 높여 2100년에는 생물다양성 25%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 종의 운명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다른 종들의 운명도 바뀐다는 것이다.

과거 지구에서는 자연적 원인에 의해 다섯 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을 유발한 원인은 '인간의 활동'이 꼽힌다.

연구진은 각 기후 시나리오 마다 시뮬레이션을 100번 반복해 생물다양성, 생물간의 상호작용, 협력관계가 얼마나 감소되는지 평가했다. SSP2-4.5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처럼 지속된 경우며, SSP4-6.0은 온실가스 대책이 실천된 경우로 긍정적인 미래를 뜻한다. SSP5-8.0은 현재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다고 가정하는 경우다. 기후위기만 고려된 것보다 동반멸종이 있다는 가정 하에 더 많은 생물이 멸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사진 Coextinctions dominate future vertebrate losses from climate and land use change)/뉴스펭귄
연구진은 각 기후 시나리오 마다 시뮬레이션을 100번 반복해 생물다양성, 생물간의 상호작용, 협력관계가 얼마나 감소되는지 평가했다. SSP2-4.5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처럼 지속된 경우며, SSP4-6.0은 온실가스 대책이 실천된 경우로 긍정적인 미래를 뜻한다. SSP5-8.0은 현재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다고 가정하는 경우다. 기후위기만 고려된 것보다 동반멸종이 있다는 가정 하에 더 많은 생물이 멸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사진 Coextinctions dominate future vertebrate losses from climate and land use change)/뉴스펭귄

연구진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지구 생물다양성의 미래를 예측했다.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증가시키지 않아도 2100년까지 생물다양성은 13% 감소하고, 지금보다 증가하면 27%나 사라지게 된다.

 

4. 매머드 이어 틸라신까지? 2030년 틸라신 보게 될까

'멸종해버린 생물이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상상만 해도 기쁜 일이다.

호주 멜버른대(University of Melbourne)는 올해 초 '틸라신통합유전자복원연구소(Thylacine Integrated Genetic Restoration Research)'를 설립했고, 멸종동물 복원 전문 스타트업 '콜라슬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8월 합류했다. 

이들은 현재 멸종한 육식 유대류 '틸라신(태즈메이니아호랑이)'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틸라신 DNA와 게놈을 추가로 더 연구하고,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하면 '멸종동물 복원'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틸라신 (사진 NFSA Films)/뉴스펭귄
틸라신 (사진 NFSA Films)/뉴스펭귄

인간에 의해 사라진 한 종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달갑지 않은 시선도 있다. 생물이 멸종한 건 인간이 이들을 살 수 없게 만들었으므로, 서식지 보전이나 특정 종을 지키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것.

연구소 역시 "멸종위기종 보존 노력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보존은 죽은 동물을 되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고귀한 추구"라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에 몇 없는 유대류를 위해서는 복원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탄올에 보존된 9주 된 틸라신 새끼 CT 스캔 표본과 위, 뇌, 폐, 심장, 간 및 식도가 있는 틸라신 새끼 CT 스캔 (사진 틸라신통합유전자복원연구소)/뉴스펭귄
에탄올에 보존된 9주 된 틸라신 새끼 CT 스캔 표본과 위, 뇌, 폐, 심장, 간 및 식도가 있는 틸라신 새끼 CT 스캔 (사진 틸라신통합유전자복원연구소)/뉴스펭귄

<뉴스펭귄>은 12월에도 '복원 가능한 멸종동물 8종'을 소개한 바 있다.

 

5. 세계 종말이 다가왔다고? 꿀벌 실종 미스터리

전 세계적으로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꿀벌 실종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 양봉 농장주들은 몇십 년간 벌을 키워왔지만 이 같은 사태는 최초라고 입을 모았다. <뉴스펭귄>은 올해 3월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을 찾아 나섰다.

가장 의심되는 건 이상기후와 기후위기다. 특히 대학에서 양봉학을 전공하고 현재 경북지역에서 양봉사업을 하는 A씨는 올해 나타난 이상기후가 꿀벌 실종 원인이라고 말했다.

텅 비어버린 벌통 (사진 제주 영평양봉 방영일 씨 제공)/뉴스펭귄
텅 비어버린 벌통 (사진 제주 영평양봉 방영일 씨 제공)/뉴스펭귄

겨울인 1월에 나타난 따듯한 날씨 때문에 벌이 외부활동을 할 시기로 착각했고, 갑자기 추워지면서 모두 죽었다는 주장이다. 또 벌통 내부도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11월 <뉴스펭귄>은 곤충이 빠르게 소멸 중인 문제 '곤충겟돈'을 다룬 창간 5주년 특집 3부작을 보도했다. 

곤충호텔 만드는 그린그램 학생들 (사진 임성화 지도교사 제공)/뉴스펭귄
곤충호텔 만드는 그린그램 학생들 (사진 임성화 지도교사 제공)/뉴스펭귄

 

6. 유럽에서 댐이 사라지는 이유

유럽 일부 지역에서 댐이 사라지고 있다. '재자연화'의 일부다. 

스페인 마타보슈 댐 제거 현장 (사진 Agencia Catalana del agua ACA)/뉴스펭귄
스페인 마타보슈 댐 제거 현장 (사진 Agencia Catalana del agua ACA)/뉴스펭귄

유럽 전역 강에는 댐이나 강둑 100만 개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건설된 지 100년이 넘은 탓에 이 중 적어도 15만 개 이상은 경제적인 목적 등 뚜렷한 쓸모없이 방치됐다.

2021년 국가당 제거된 댐 개수 (사진 2021 유럽댐제거 보고서)/뉴스펭귄
2021년 국가당 제거된 댐 개수 (사진 2021 유럽댐제거 보고서)/뉴스펭귄

유럽이 댐 제거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기후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댐이나 둑, 기타 하천 장애물은 어류 이동경로를 차단해 번식지 손실과 종 감소를 일으키고 독수리에서 수달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광범위한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7. 가뭄에 죽고, 장마 덕에 살아난 소양호 귀이빨대칭이

가뭄으로 인한 귀이빨대칭이 폐사는 이상기후, 기후위기가 한국 멸종위기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귀이빨대칭이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제공)/뉴스펭귄
귀이빨대칭이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제공)/뉴스펭귄

한국은 올해 장마 전까지 가뭄에 시달렸고, 이에 따라 7월 소양호에 서식하는 민물 패류인 귀이빨대칭이 폐사가 확인됐다. 다행히 중부지방에 이상기후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서식지가 회복됐다.

귀이빨대칭이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제공)/뉴스펭귄
귀이빨대칭이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제공)/뉴스펭귄

이에 반해 남부는 계속 가뭄에 시달리다 1년 마지막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폭설을 맞은 상태다.

 

8. '너의 이름은…' 한글로 멸종위기종 그리는 작가

예술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때로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작품명 '쿼카'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작품명 '쿼카' (사진 진관우 작가)/뉴스펭귄

한글로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진관우 작가는 '숨탄것들' 프로젝트를 통해 총 222점의 작품을 그려냈다. 멸종위기종 일러스트 위에 적힌 빼곡한 한글은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세상에서 잊히지 않도록 한다.

한편, 진관우 작가는 <뉴스펭귄>이 12월 23일부터 진행 중인 멸종보호 액션 프로젝트 '내가 사랑하는 이달의 멸종위기종(내 사랑 멸종위기종)' 작가로 참여 중이다. '내 사랑 멸종위기종'은 <뉴스펭귄>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을 세밀화가인 정태련 작가와 진관우 작가가 그려 모든 국민에게 NFT로 발행하는 프로젝트다. 12월 선정된 멸종위기종은 기후위기에 사라지고 있는 '구상나무'다.

 

9. 뿔 잘려 눈물 흘리던 흰코뿔소, 30번의 수술 끝에 야생으로

밀렵꾼이 남긴 고통에 몸부림치다 겨우 구조된 멸종위기종 남부흰코뿔소가 있다. 밀렵꾼은 코뿔소의 뿔만 잘라 방치해 뒀고, 두개골이 보이고 코 아래 피부가 잘려나간 채 2주 간 쓰러져 있었다.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남부흰코뿔소 세하 (사진 Saving The Survivors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남부흰코뿔소 세하 (사진 Saving The Survivors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2016년 구조됐던 해당 코뿔소는 2022년 1월, 약 5년 사이 수술 30번을 받고 야생으로 돌아갔다. 남부흰코뿔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준위협(NT, Near Thretened)종으로, 멸종위기에 근접한 상태다.

'나쁜 인간'에게 당한 야생동물이 간신히 구원된 소식을 2022년 멸종위기 뉴스로 선정했다.

 

10. 페인트 뒤집어쓴 알락할미새, 결국…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에 야생생물이 죽어간다. 올무, 유리창, 건물, 콘크리트 수로 등이 대표적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방수페인트, 끈끈이도 야생생물을 죽인다.

최근 몸에 초록색 방수페인트가 달라붙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입원한 알락할미새가 있었다. <뉴스펭귄> 확인 결과, 하루 만에 치료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 일부가 방수페인트로 오염된 알락할미새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몸 일부가 방수페인트로 오염된 알락할미새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박진아 재활관리사에 따르면 소형 참새목 조류에게 이 같은 사고는 꽤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인 유사 사례는 끈끈이로 인한 야생조류 피해다. 소형 조류 뿐만 아니라 특정 종 혹은 크기가 일정한 동물이 아닌 맹금류, 포유류 등 다양한 동물이 끈끈이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박 재활관리사는 "개인적인 피해로 굳이 끈끈이를 설치해야 한다면, 끈끈이 대신 셔먼트랩, 통덫과 같은 작은 소형 트랩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다른 야생동물이 포획된다면 근처 야산이나 개천에 방생해달라"고 설명했다.

몸 일부가 방수페인트로 오염된 알락할미새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몸 일부가 방수페인트로 오염된 알락할미새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앞서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종 '고퍼육지거북' 새끼가 콘크리트에 뒤덮였다 구조되기도 했다. <뉴스펭귄>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새끼 고퍼육지거북 구조'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배 부분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고퍼육지거북 (사진 PRWC 페이스북)/뉴스펭귄
배 부분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고퍼육지거북 (사진 PRWC 페이스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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