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고기 잡으면 안 돼요!" 금강 멸종위기종 복원노력기(記)

  • 조은비 기자
  • 2021.09.06 10:00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국내에서 멸종위기종 하면 반달가슴곰이나 수달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반달가슴곰은 실제로 남한에서는 멸종됐다가 환경부의 오랜 복원작업 끝에 가까스로 야생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수달은 국내 동물 다큐멘터리나 자연생태계 특집 프로그램 등에 '단골'로 등장한 탓에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세'를 탄 동물 말고도 수많은 동물들이 강과 바다, 숲속에서 심지어는 사람들의 거주지 바로 곁에서 소리소문 없이 멸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자체, 지역환경청 등이 손을 맞잡고 멸종위기종 구하기에 애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타급' 주목을 받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깨끗한 하천에 서식하는 감돌고기는 멸종위기 Ⅰ급이다. '금강돗쟁이'로도 불리는 감돌고기는 서식범위가 매우 한정돼 있어서, 금강의 경우 상류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2급수 이상의 맑은 물이 흐르는 상류 여울이 서식처. 따라서 이 물고기는 수질오염과 하천정비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댐건설에 따른 하천정비 등은 감돌고기에게 치명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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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도 과거에는 중하류 지역에서도 발견됐었으나, 1996년 보령댐이 건설되면서 하천이 정비되고, 구불구불하던 물길이 곧게 되면서 감돌고기의 서식지는 급속하게 축소됐다. 살 곳이 사라지면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동식물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금강에서 감돌고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강유역환경청(청장 정종선·이하 금강청)과 대전광역시,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 복원센터가 함께 손잡고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물고기의 개체 수를 늘리는 일이 급선무.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 복원센터가 인공증식한 감돌고기들을 올해로 3년째 금강 지류에 방류했다.

감돌고기 방류 행사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올해는 지난 6월16일 대전 중구 유등천 상류에서 1500마리를 풀었다. 앞선 2020년에는 500마리를, 2019년에는 1500마리를 방류했다.

감돌고기는 꺽지의 산란장에 알을 낳는 특이한 산란습성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천적인 꺽지를 피해 다니지만, 산란을 할 때는 무리를 지어 몰려가 꺽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틈을 타 얼른 꺽지의 산란장에 자신의 알들을 붙여놓고 빠져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이 더 안전한 곳에 산란을 하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꺽지 역시 깨끗한 하천에 서식하기 때문에 둘의 서식지는 함께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청은 최근 모니터링 결과 그간 방류한 개체들이 확인됐으며, 방류가 멸종위기 감돌고기의 자연복원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감돌고기 복원 노력은 '대전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감돌고기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충북 영동군의 들판을 더욱 다채롭게 꾸며줄 붉은점모시나비 복원도 한창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붉은점모시나비는 반투명한 백색에 붉은색 무늬가 있는 날개를 지니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붉은점모시나비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북동부, 아무르, 시베리아 남부 등지에서만 서식하는 동북아시아 특산종이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의성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6년 충북 영동군에서도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추진중이다. 

영동군은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먹이인 기린초가 풍부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한정된 장소에서 서식하며 근친교배가 이뤄져 번식력이 저하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개체 수는 2017년 35마리, 2018년 72마리, 2019년 49마리, 2020년 65마리에 그쳤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사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이에 금강청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식지 외 보존기관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등 7개 기관과 함께 '영동지역 붉은점모시나비 살리기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5월26일 영동군 유원대학교 내에서 80마리를 방사했다. 이날 방사된 붉은점모시나비는 강원도 삼척에서 채집돼 인공증식된 개체들이다.

붉은점모시나비가 방류됐다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금강청은 정종선 청장은 "2023년까지 붉은점모시나비가 영동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문 연구기관 등과 함께 복원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아름다운 붉은점모시나비가 영동지역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강지역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식물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솔붓꽃과, 마을생물종 금붓꽃 보존노력이 대표적이다. 

이번 달에 이 두 종을 200주씩 대전 동구 세천저수지 주변에 식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환경에 15주씩 시범 식재한 결과 생육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솔붓꽃, 대전시 희귀식물 금붓꽃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2017년에 법정보호종에서 벗어난 미선나무도 구봉산에 2019년 2000주가, 2020년에는 120주가 식재됐다.

금강청 자연환경과 신영혜 팀장은 2일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붉은점모시나비 복원은 앞으로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 "대전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에 이어 또 다른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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