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개체수와 폐사 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집계하는 통계 시스템이 현재 구축되지 않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반입이나 물법거래 등 멸종위기종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꼼꼼한 전수조사 등을 통해 관리 사각지대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JTBC가 지난달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제 멸종위기종 수입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환경부는 전국에 국제 멸종위기종이 얼마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야생생물 특성상 종별 개체수 전수조사가 어려워 전국 분포 현황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멸종위기종 폐사를 집계하는 통계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멸종위기종을 보유한 동물원이 스스로 신고하는 사례 위주로 폐사 건수를 집계하며, 일반적인 자연폐사는 제보나 우연한 발견 등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 체계적인 집계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위상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문제의식을 가지고 향후 법안발의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생태 전문가도 관련 내용을 지적한다. 멸종위기종을 효과적으로 지키고 생물다양성을 확대하려면 지금 현황이 어떻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은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생물자원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많은 기관이 있는데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도 조사도 못했다면 그건 직무유기” 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지역별이든 아니면 종별로든 나눠서 전수조사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데 그런 큰 그림이 없다"며 "멸종 저항 분야에서 환경부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꾸준히 일어나는 멸종위기종 관련 사건사고
이런 가운데 멸종위기종 밀반입 또는 불법 거래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사기등에 연루되는 황당한 사건도 있다.
올해 7월에는 여행용 가방 안에 장어 치어 20kg을 몰래 숨겨 국내로 들어오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시장 가격은 2억 원 규모다. 앞서 5월에는 국제우편으로 악어거북과 늑대거북 등 외래생물 535마리를 들여 온 파충류 수입업체 대표가 검거됐다.
2022년에는 멸종위기종 2급 구렁이 47마리 등 뱀 4100여 마리와 오소리 30마리, 고라니 3마리 등을 냉동보관한 사람이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2016년에는 강원도의 한 사설동물원이 폐쇄하면서 20종 107개체 동물을 민간에 매각 또는 기증했는데 그 과정에서 당국에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멸종위기종이 부산 기장군 한 음식점에 관상용으로 팔렸다. 감독기관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거래였지만 담당 지방 환경청은 이 내용을 미처 몰랐고 다른 감독기관이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끝에 뒤늦게 드러났다.
“불법 단속 담당자도 멸종위기종 구분 못해”
2024년에는 남강 수계 상류지역에서 멸종위기종 어류 불법 포획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고기 잡는 주민은 물론이고 불법을 단속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도 멸종위기종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보호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화제가 됐다.
MBC경남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어로 행위를 하던 이 모씨의 통발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가 들어왔다. 멸종위기 2급 큰줄납자루도 함께 보였다. 당시 이 씨는 이 어류가 멸종위기종이 아니라며 포획을 저지하던 환경단체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단속을 맡은 당국도 멸종위기종 여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일이 도감과 비교해 확인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도에 등장한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업무 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함께 엮여 있어 일손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멸종위기 조류 알 부화해 팔면 돈 번다” 사기극 주인공 되기도
2015년에는 당시 31살 최 모씨가 홍금강 알 관련 사기를 벌였다. 최 씨는 앵무새 동호회에서 만난 58살 전 모씨에게 “태국에서 홍금강앵무새 알을 사와 부화시켜 팔자”고 제안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다 큰 홍금강앵무는 당시 기준 최대 1천만 원까지 거래되곤 했다. 전 씨는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친인척 돈까지 끌어모아 2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건네받은 30개의 알 중 29개는 부화에 실패했고 나머지 1개에서는 앵무새가 아닌 병아리가 나왔다. 홍금강앵무새알은 흰색이고 크기도 달걀과 1cm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일반인은 구별하기 힘들다.
전 씨가 항의하자 최 씨는 태국에서 홍금강앵무새 8마리를 밀반입했지만 7마리는 수입 과정에서 질식해 죽었고 남은 한 마리도 폐사했다. 당시 경찰은 사기와 야생동물법 위반 혐의로 최 씨와 다른 일당을 구속했다. 그 시절 언론 등은 ‘달걀 한 판을 2억원에 팔았다’며 이 사건을 조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강운 소장은 "멸종위기종 현황을 정기적으로 취합해 현재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외국과 비교하면 현황이 어떻고 앞으로 무슨 종을 새로 지정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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