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멸종위기 동식물이나 야생생물을 둘러싼 여러 사건·사고가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거나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위협당하는 일이 여전히 많고 ‘돈이 된다’는 이유로 사기꾼의 거짓말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흔들었던 멸종위기종 관련 사건과 사고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최근 발표된 한 소설에도 등장한 ‘앵무새 알 사기’ 사건입니다. [편집자 주]
[뉴스펭귄 이한 기자] 정유정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에는 홍금강이라는 앵무새가 등장한다. 말솜씨가 유창한 이 새는 소설 속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는데, 주인공 아버지가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는 장면이 그 중 하나다.
소설 속 사기꾼은 홍금강의 알을 거짓말 소재로 삼았다. 그는 '몸값 수천만 원이 넘는 새가 있는데 멸종위기 2급 조류라 수입이 어렵지만 태국에서 알을 몰래 들여올 수 있고, 부화시켜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투자하라'며 주인공 아버지를 꼬드긴다.
사기꾼은 마치 뱀의 혀처럼 굴었다. '개당 400만원 정도의 알을 키우면 열배 넘는 값을 받을 수 있고 살 사람이 많아 판매처 걱정도 없으며 당신에게만 특별히 20개를 넘겨줄테니 싼 값으로 큰 돈을 벌라'는 감언이설.
하지만 주인공 아버지는 진심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면 그게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평소 여러 사기꾼의 표적이 되어 몇 번이나 집안 살림을 거덜냈던 이 사람은 이번에도 속는다.
결국 아버지는 몇 년 동안 부은 적금을 깨 알을 사고 수십만원을 들여 부화기도 장만했다. 한 달 후 알이 도착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하지만 대부분 부화에 실패했다. 마지막 알에서는 홍금강이 아닌 오리 새끼가 태어났다. 그마저도 이틀 만에 폐사했다. 결국 주인공 가족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다.
"앵무새 알 부화시켜 팔자" 실제 사기 사례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소설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015년 MBC와 SBS 보도에 따르면, 당시 31살 최 모씨가 홍금강 알 관련 사기를 벌였다. 최 씨는 앵무새 동호회에서 만난 58살 전 모씨에게 “태국에서 홍금강앵무새 알을 사와 부화시켜 팔자”고 제안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 큰 홍금강앵무는 당시 기준 최대 1천만 원까지 거래되곤 했다. 전 씨는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친인척 돈까지 끌어모아 2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건네받은 30개의 알 중 29개는 부화에 실패했고 나머지 1개에서는 앵무새가 아닌 병아리가 나왔다.
홍금강앵무새알은 흰색이고 크기도 달걀과 1cm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일반인은 구별하기 힘들다.
전 씨가 항의하자 최 씨는 태국에서 홍금강앵무새 8마리를 밀반입했지만 7마리는 수입 과정에서 질식해 죽었고 남은 한 마리도 폐사했다. 당시 경찰은 사기와 야생동물법 위반 혐의로 최 씨와 다른 일당을 구속했다. 그 시절 언론 등은 ‘달걀 한 판을 2억원에 팔았다’며 이 사건을 조명했다.
홍금강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정한 2급 멸종위기 동물로, 환경부에 신고해야만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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