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9월 초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뜻밖의 대책이 담겼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호를 공급하고, 공공택지에서는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계획. 국토교통부가 원활한 주택 공사를 위한 대안과 대책 중 하나로 '맹꽁이 대체서식지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국토부는 맹꽁이를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해제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지만 환경부가 반려했고, 절충안으로 '대체서식지 규제 완화'가 보도자료에 포함됐다. 주택공사 대책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개발 속도를 늦추는 요인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15일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에 국토부는 사업지구 밖에서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면 포획·이주를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맹꽁이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강제 이주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환경부는 이 등급을 "개체수가 크게 줄어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이라고 정의한다. 보전이 필요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규제 완화가 논의되는 셈이다.

맹꽁이는 어쩌다 부동산 정책에서 불청객이 됐을까. 순서를 따져보면 정반대다. 맹꽁이는 장마철마다 논, 공원, 하천 변에서 번식해 왔고, 사람이 들어와 집을 짓는 곳이 원래 이들의 서식지였다. 그동안 공사 현장에서 포획·이주가 반복돼 왔지만, 뚜렷한 보전 성과는 없었다. 2004년 은평뉴타운 대체서식지는 2022년 맹꽁이가 자취를 감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았다. 반대로 2023년 경기도 용인 기흥구 서농동에서는 공사 설계를 변경해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했고, 이곳에서는 맹꽁이가 살아남았다. 전문가들이 원형 보전을 강조하는 이유다.

2023년 경기도 용인 기흥구 서농동에서는 공사 설계를 변경해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했고, 이곳에서는 맹꽁이가 살아남았다. (사진 용인환경정의, 본지DB)/뉴스펭귄
2023년 경기도 용인 기흥구 서농동에서는 공사 설계를 변경해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했고, 이곳에서는 맹꽁이가 살아남았다. (사진 용인환경정의, 본지DB)/뉴스펭귄

이주 횟수보다 대체서식지에 대한 논의가 지적된다. 대체서식지 실패 사례를 더 만들지 않기 위해 국립생태원에서는 2021년 '맹꽁이 대체서식지 조성 가이드북'을 냈고, "사업지구 밖에 조성해 포획 이주 횟수를 줄이라"는 대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체서식지로 멸종위기종을 이주한 사업자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서식지 관리 및 모니터링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모니터링은 법적으로 정하는 기간이 있고, 그 기한이 끝나면 맹꽁이가 이주된 대체서식지에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장기적인 정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법은 충족해도 생태적 보전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차례 제기돼왔다.

실패사례가 더 많은 대체서식지 제도 안에서 어떤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까. 뉴스펭귄은 이와 관련 국토부 설명과 입장을 확인하고자 대변인실과 담당 부서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26일, 홀로세생태연구소 이강운 소장, 양서류 전문가 최수용 감독, 한국환경지리연구소 구교성 박사의 자문을 받아 질의서를 보내고, 대변인실에 10월 31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동식물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지만, 만일 맹꽁이라면 국토교통부에 직접 질문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물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아래는 질의서 전문. 

1. 2023년 경기도 용인특례시 기흥구 서농동행정복지센터 공사 예정지에서 우리가 발견되자, 공사 설계를 변경해 서식지를 원형 보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서식지보다 원형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존 발표한 '대체서식지 규제 완화'에 '원형 보전'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2. '대체서식지 규제 완화'에서 말하는 '규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생태 또는 환경 입장에서 규제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시선도 있는데, 행정적으로 어떤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3. 멸종위기종 이주와 대체서식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자연환경보전법」, 「환경영향평가법」이라는 법적인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체서식지라는 용어도 생태전문가들로부터 시작되지는 않았는데요, 귀 기관에서는 어떤 생태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인가요?

4. 귀 기관 관계자는 다수 언론보도에 "이주 횟수를 줄여 스트레스를 덜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번식기에는 그 해 번식하는 성체만 모입니다. 즉, 그전에 태어난 미성숙 개체는 번식지로 모이지 않습니다. 발견 지역 모든 개체를 포획하려면 2~3년 혹은 그 이상 기간이 타당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있습니다. 이주 횟수를 줄여 보전이 가능하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절차 간소화와 생명의 연속성 사이에서 전자에 우선순위를 둔 판단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5. 대체서식지 관리·모니터링 기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 정착한 곳을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사업자 사이에서 늘 옮겨 다녔습니다. 법적인 모니터링이 끝나면 누가 우리를 보호해 줄 건가요? 만약 우리가 사라진다면, 그에 대한 귀책사유는 누구에게 있다고 판단하나요?

6. 2004년 은평뉴타운 착공 당시 대체서식지로 이주한 우리의 서식환경에 대한 최근 조사자료가 있나요? 환경단체 등에서는 당시 사례를 실패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귀 기관에서는 해당 사례의 어떤 점을 참고하여 이번 제도에 반영했는지 궁금합니다. 

7. LH는 2021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고 조선왕릉을 대체서식지로 활용했습니다. 왕릉은 장기적 생태 관리 체계를 갖춘 서식지가 맞는지, '왕릉 활용' 방식이 멸종위기종 보전과정에서 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향후 유사한 사례를 정책적으로 용인할 계획이 있는지도 답변 바랍니다. 

8. 지역별로 다른 집단을 한곳에 이주시킬 경우 유전적 고유성이 훼손되고 전염성 질병 발생 시 해당 지역에서의 절멸 위험성이 크다는 전문가 평가가 있습니다. 귀 기관은 위와 같은 지적에 대해서 어떤 대응책을 마련했으며, 규제 완화가 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서 어떤 입장이신가요?

9. 「환경영향평가법」은 개발사업의 장기적 생태 영향을 고려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대체서식지 규제 완화'가 평가를 간소화해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10. 우리는 논두렁에서 햇빛과 수분을 맞추며 번식하고, 땅을 파고 들어가 비를 기다리며 삽니다. 대체서식지 지정 과정에서 이런 생태적 특성이 얼마나 고려됐고 그 결과가 보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시는지요? 

11. 법적 절차와 행정 시스템을 고려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생태적 감수성은 어느 정도 고려했나요? 

12. 우리가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인간과 우리가 공존하는 방법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방법밖에 없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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